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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메기, 맑은 동해와 북서풍이 만든 짙푸른 보석

홍성식기자
등록일 2015-11-12 02:01 게재일 2015-11-12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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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동-할복·포 뜨기-건조-숙성` 거치는<br> 북태평양 냉동꽁치 사흘간의 대변신<br>`구룡포과메기축제` 21~22일 이틀간<br> 26~27일엔 서울 서초구청서 홍보행사
▲ 포항 구룡포읍의 청정한 해변 덕장에서 한 지역 주민이 과메기를 자연건조 시키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멀리 북태평양에서 잡혀온 꽁치가 청정한 구룡포 바다와 건조한 겨울 북서풍을 만나 짙푸른 보석으로 변한 것이지요.”

과메기를 설명하는 진강수산 최정만 대표의 얼굴에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회갑에 이른 오늘까지 과메기를 포함한 각종 해산물의 건조와 숙성작업으로 잔뼈가 굵은 사람. 그는 구룡포 과메기가 다른 지역에서 건조·숙성된 과메기와 다른 맛을 내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한국 어느 지역을 가도 해안도시 인근에는 큰 산이 있다. 그런데 독특하게 구룡포 인근엔 험한 산이 없다. 평평한 구릉이다. 때문에 하늬바람이 산에 막히지 않고 해안까지 이를 수 있다. 게다가 겨울철 수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구룡포 해안은 불어오는 차가운 북서풍을 만나 와류현상을 일으킨다. 이것이 구룡포 과메기를 빼어난 맛으로 건조·숙성시킬 수 있는 천혜의 자연조건이다.”

인구가 1만 명에 못 미치는 소읍 구룡포가 관광객들로 시끌벅적하다. 과메기 철이 시작된 것이다.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일대가 덕장에서 말라가는 과메기, 상가에 판매를 위해 진열된 과메기, 식당 상에 오른 과메기로 가득하다.

어머니가 30년, 자신이 10년 그러니까 40년째 과메기를 포함한 구룡포 수산물을 재료로 `원조 할매과메기 식당`을 운영하는 윤형돈(구룡포 상가번영회 회장)씨의 일정도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상가번영회와 부녀회 등이 힘을 합쳐 인근 환경정비에 나서고, 자율방범대와 해병전우회 등이 주말 관광객들을 위한 교통정리에 나서는 것도 이즈음이다. 구룡포에는 `유료주차장`이 없다. “관광객들은 해변 일대의 널찍한 공터에 모두 무료주차를 할 수 있다”는 게 윤형돈 회장의 설명.

제법 큰 규모의 과메기 덕장을 운영하는 최정만 대표가 들려주는 `과메기의 유래`가 재밌다. “한 50년 전만 해도 구룡포 앞바다에 꽁치가 흔했다. 그물로 잡아 꽁치를 털다보면 배의 구조물 위에 몇 마리가 얹히기도 한다. 그걸 못 보고 있다가 나중에 발견해서 먹어보니, 바람과 햇살에 숙성된 맛이 기가 막히는 거다. 그때부터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마을 어르신들에게 들었다”는 것. 오목한 바위에 떨어진 포도알이 자연숙성된 액체를 마시고 취한 원숭이를 보고 인간도 포도주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와인 기원설`만큼이나 흥미롭다.

▲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찾은 관광객들이 과메기를 시식해 보며 구입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 포항 죽도시장을 찾은 찾은 관광객들이 과메기를 시식해 보며 구입을 하고 있다. /이용선기자 photokid@kbmaeil.com

과메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해동-할복 및 포 뜨기-건조-숙성`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난로나 미지근한 물 등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자연해동 과정에 걸리는 시간은 약 12시간. 이후 새벽까지 할복과 포 뜨기 작업 후, 밝아오는 아침 동해의 햇살 아래 건조 과정을 거친다. 70~80% 가량 건조가 진행되면, 숙성실로 가져가 바람의 방향에 따라 창문을 여닫고, 습도를 조절하는 숙성과정이 이어진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북태평양 냉동 꽁치가 과메기로 탄생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3일.

최정만 대표와 윤형돈 회장은 입을 모아 말한다. “과메기는 하늘이 구룡포에 준 선물”이라고. 별다른 수입원이 없는 읍민들에게 과메기는 아이들을 공부시키고, 부모님의 약값을 마련하게 해주는 고마운 존재다.

지역을 대표하는 특산물이니만치 과메기 관련 축제가 없을 수 없다. 올해 열리는 제18회 구룡포 과메기축제는 오는 21일과 22일 양일간 구룡포 아라광장(별칭 과메기광장)에서 펼쳐진다. 또한 포항시와 경북매일신문은 구룡포 과메기의 홍보와 판매촉진을 위한 `2015 포항 구룡포 과메기 서울 홍보행사`를 26일과 27일 서울 서초구청 특설행사장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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