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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오페라 `가락국기(駕洛國記)`

등록일 2015-11-10 02:01 게재일 2015-11-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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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태곤<br /><br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 김태곤 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지난밤 소리 없이 내리던 가을비가 늦은 일요일까지 이어지며 단풍으로 붉게 물들었던 산과 들판을 촉촉히 적시고 있다. 여름부터 계속되던 가뭄을 완전히 해갈해 주지는 못하지만, 농수부족으로 속이 타 들어가는 농부들의 한숨을 덜어주는 것 같다.

가로수의 노란 단풍만큼이나 가을의 운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아름다운 선율과 함께 애절한 사랑을 노래하는 오페라 무대가 아닐까 한다.

대구에는 지난달 8일부터 `제1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마련되어 깊어가는 가을과 함께 예술의 아름다움을 마음껏 즐기는 시간을 이어갔다.

이국적인 분위기의 오케스트레이션과 몽환적인 선율의 아리아 등으로 호평을 받은 국립오페라단의 환상적인 무대 `진주 조개잡이`에 이어 대구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창작오페라 `가락국기`가 폐막작으로 선정되어 `제13회 대구국제오페라축제`의 대미를 장식해 주었다.

제작 때부터 지역 문화계의 많은 관심을 받았던 `가락국기`는 대구 출신의 판사 정재민이 쓴 소설 `독도 인 더 헤이그`를 각색하여 만든 오페라로 더욱 유명세를 탔던 공연이었다.

이번 공연에 참여했던 작곡가의 초대로 관람할 수 있었던 창작오페라 `가락국기`는 그동안 유명 오페라에 길들여 있는 관객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스토리 전개와 음악들이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초연무대가 주는 묘한 긴장감과 지역 배우들의 열정적으로 연기하는 모습에서 오페라의 진지함을 피부로 느끼기에는 충분했다.

원작 `독도 인 더 헤이그`를 각색해 만든 `가락국기`의 스토리는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벌어지는 가상의 독도소송을 통해 독도가 어느 나라의 영토인지에 대한 논쟁에서 오페라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한국은 일본의 술수로 국제적으로 휘말리게 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 중 하나인 `가락국기`의 존재와 그 책 속의 내용이 주는 증명하는 것이 최대의 과제로 인식되기 시작한다. 이 책에는 일본 천황의 근원이 우리의 가야국에 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이 책을 찾아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인 것이다. 결국 주인공은 `가락국기`가 숨겨져 있는 동굴을 찾게 된다. 하지만 그 과정을 방해한 일본이 `가락국기`가 있던 동굴을 폭파시키며 모든 것을 신기루로 만들어 버린다.

이 장면은 현실에 `가락국기`가 존재하지 않음을 암시하며 피날레를 장식하게 된다. 이 공연의 제목이며 주제가 되는 `가락국기(駕洛國記)`는 고려 문종 때 금관지주사(金官知州事)의 저술이라고 하지만 작자는 미상이다.

내용은 김수로왕의 전설과 금관가야의 일을 적었으며, 삼국유사에 `가락국기`로 줄거리만 수록되어 전하나 사실의 정확성은 떨어지나 가야사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것이 거의 없다시피 한 상황이다.

광복70주년을 맞아 창작 오페라가 지역에서 제작되었다는 점과 국내 정상급 성악가와 연주자들이 이번 무대를 위해 함께 모여 처음부터 끝까지 공연을 이끌어 나갔다는 점은 상당한 의미를 주고 있다.

어느 집시 여인의 삶과 죽음을 그린 비제의 `카르멘`은 1875년 초연 당시 혹평을 받았던 대표적인 오페라이다. 하지만 현재 오페라 `카르멘`은 프랑스의 자존심으로까지 인정받고 있다.

익숙하지 않은 문화는 낯섬과 어색함으로 항상 다가온다. 하지만 사람의 열정과 사랑이 담겨진 문화는 그곳에 사람 냄새와 함께 진솔함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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