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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정치

등록일 2015-11-06 02:01 게재일 2015-1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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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나이를 마흔두살 먹도록 연애 한번 제대로 못해봤다는 남자가 있었다. 왜 연애를 한번도 못했을까 궁금해서 물어보니 간단한 일을 어렵게 생각한 듯 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나는 당신이 좋다”고 말하면 되는데, 그걸 못해서 연애를 못했다는 것이다. 만약 상대가 “나는 당신이 싫어”하면 “알았어”하면 되는데, 싫다는 소리가 듣기 싫고, “나도 당신이 좋아요”라는 대답을 들으려고 하니까 말을 못꺼냈단다. 상대가 싫다고 하면 “알았어”하면 된다. 싫어하고 좋아하는 것은 그 사람의 자유가 아닌가. 그러면 다시 다른 사람에게 가서 “나는 당신이 좋다”고 하면 된다. 상대가 “나는 당신이 싫어요”한다고 해서 거기에 상처받을 필요가 없다. 그러다가 어떤 여자가 “나도 당신이 좋아요”하면 사귀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상대가 “나는 당신이 싫어요”하는 데도 내가 좋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다. 이럴 때는 작전을 짜야한다. 나를 싫어하는 상대가 날 좋아할 수 있도록 만들려면 비상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렇게 노력하다보면 연애기술을 터득해서 상대에게 다가가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면 마음이 무거워져 다른 사람을 만나기 힘들어진다. 자신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거두고 마음을 가볍게 가질 필요가 있다. 마흔이 넘도록 결혼을 못했다거나 연애를 못한 것은 초라한 게 아니다. 자기가 자기를 초라하게 생각한데서 비롯된다. 사람 사는 이치는 어디서나 비슷한 법이다.

정치판 역시 한쪽이 싫다해도 그 사람을 완전히 배제한 채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 많다. 예를 들어 여당의 정책에 야당이 반대한다고 해서 야당을 완전히 배제하고 정국을 이끌어 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야당도 무조건 싫다고 고개만 흔들게 아니라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는 대안을 제시해야 하고, 여당은 여당대로 반대하는 이유를 듣고, 최대한 싫다는 쪽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 한쪽이 모든 걸 다 가지는 정치는 독재와 다를 바 없다.

요즘 국회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고시로 여야가 엎치락뒤치락하며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야당인 새정치연합이 국회 의사일정 마저 전면거부한 채 농성을 벌이고 있고, 새누리당은 야당의 국회복귀를 촉구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더이상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난을 듣지 않도록 상생의 국회, 일하는 국회의 모습을 되찾아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그러면서 “(과거) 야당을 이끄신 선대 정치인들은 어떤 일이 있어도 의회주의와 통합의 정치를 결코 포기하지 않고 길거리 대신 원내투쟁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돌이켜 봐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의 헌법소원, 역사교과서 국정화금지법안, 국민불복종 운동 추진 계획 등을 언급한 뒤 “그런 것 다 하시라”면서 “그러나 국회를 정상 가동시키면서 해야지 19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에서 해야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장외로만 돌아다니는지 참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독려가 효험(?)을 봤는 지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 농성 나흘째인 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투쟁은 계속 벌여 나가되 조만간 국회 농성을 접고 국회에 복귀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날 열린 의원총회와 전국 시도당-지역위원장 연석회의에서 장기전 양상을 보이는 국정 교과서 저지 투쟁의 지속적·효과적 추진을 위해 이같이 방향을 잡았다는 것이다. 야당이 지난 2일부터 국회 보이콧이라는 `외통수 전략`을 접고 국회로 회군해 원내외 병행 투쟁을 벌여나가기로 궤도를 수정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국정교과서 저지 투쟁의 승부를 당장 판가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국회 의사일정 참여를 계속 거부해봐야 `민생 외면`이라는 여당의 공세 프레임에 갇힐 뿐이라고 판단한 듯 하다. 또 연말 예산안 심사나 총선준비 등 굵직굵직한 정치일정을 감안할 때도 더 이상 장외투쟁은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게다. 참 쉽지않은 게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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