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세상을 바꾸는 소통

등록일 2015-10-30 02:01 게재일 2015-10-30 19면
스크랩버튼
▲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일이 간단한 것 같지만 참 어렵다. 나 자신도 자녀를 키우면서 소통에 많은 곤란을 겪었다. 사실 신문기자로서 바쁘게 지내느라 아이들과 그리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나로서는 아이들과 대화하는 게 쉬운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몇가지 묻다보면 왠지 질문이 아니라 취재 내지 취조 분위기로 바뀐 경우가 적지않았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될까 궁리한 끝에 역지사지(易地思之)하며 대화하자고 마음먹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게 소통을 위해 쉽고 빠르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크는 동안 남달리 공부하라고 성화를 부리지 않았다. 나 역시 어릴 때 공부하라는 독촉을 받는 게 싫었기 때문이었다. 법륜스님은 `엄마수업`이란 책에서 `아이들을 야단치지 말고 내 자신이 아이였을 때 어떻게 했는 지 생각해보라`고 했다. 모든 엄마들은 내 아이가 1등이 되길 원하고 우등생이 되기를 원한다. 그러나 본인은 그랬나. 엄마 본인은 그러지 못했으면서 왜 아이한테는 강요를 하나. 그걸 사랑이라고 말하지만 결코 사랑이 아니라 집착일 뿐이다. 아이 입장이 돼서 봐줘야 한다는 게 스님의 충고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쓴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소통을 위해 상대 입장에서 무슨 말을 하고 싶은 지를 간파해내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그런데 프루스트가 그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데는 그가 갖고있던 대인공포증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항상 사람들한테 따돌림을 당할지 모른다는 공포가 있어서 대화할 때 자신의 머릿속에 있는 걸 이야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상대의 머릿속에 있는 걸 끄집어 내서 이야기하려고 노력했고, 그것이 사람과 사람간 소통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세대간 의사소통이 막히는 이유나 직장에서 상사와 부하직원간 소통이 막히는 이유는 모두 같다. 사람들은 대부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더 강하다.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지않기 때문에 소통이 어려워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의제설정이 가능한 윗사람들만 말하는 풍토가 생겨나고, 즐거워야할 회식이 힘겨운 사역(使役)으로 바뀌는 것도 같은 이유다.

또 하나 소통을 잘하려면 생각을 세련되게 전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사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는 훈련이 잘 안돼있다. 우리 문화는 사색의 문화이지 서양과 같은 논쟁의 문화가 아니기 때문이다. 서양에서는 초등학교때부터 토론하고 논쟁한다. 끊임없이 묻고 답한다. 우리는 학교나 사회에서 그런 풍경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말이 막히면 감정적으로 멱살부터 잡는 사람들이 많다.

멋진 말 한마디를 듣기 원한다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배우들의 수상소감을 귀담아 들어보라. 오래전 영화 `타이타닉`이 아카데미 시상식을 거의 휩쓸었을 때 잭 니콜슨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영화 주연으로서 남우주연상을 받았을 때 얘기다. 잭 니콜슨은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르자마자 “조금전까지 나는 침몰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 웃음과 환호를 터뜨리게 만들었다. 정치판에서 멋진 말로 분위기를 일신한 예도 많다. 조지부시는 40대까지 알코올중독이었고,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 음주운전경력이 밝혀졌다. 기자가 당신의 음주운전 경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조지부시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 이럴 때 우리나라 정치인 같으면 왠지 “기억이 안난다”고 했을 법한 대목에서 나온 명답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상대의 입장에 서서 어떻게 생각할 지 먼저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해 마음을 움직이는 멋진 대사로 자신의 뜻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이 이루어진다. 소통을 잘 하면 사람을 움직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변화시킨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