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하다 다쳐 8일간 입원<BR> 퇴원 5개월째 일거리 안줘<BR> 우체국·통운측 “우린 몰라”<BR>“국가기관이 공익성 외면 <BR>사회적 약자 무시한 甲질”
우체국 택배운송 업무를 해오던 한 개인사업자가 뚜렷한 이유 없이 5개월 가까이 해당업무를 못 맡으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원청업체의 입장에 있는 우체국은 국가기관으로서의 공익성 구현보다 책임 미루기에 급급, 비판을 자초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물류지원단으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A씨가 전하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우체국물류지원단은 우체국택배 업무를 진행하며, 자체에서 소화시키기 힘든 초과 택배물량을 위탁계약을 통해 고객들에게 배송한다. 포항시에 거주하는 A씨는 우체국물류지원단 포항운송관리소와 업무 위탁계약을 맺은 B통운과 다시 재계약을 맺어 위탁된 우체국택배 물량을 특정지역으로 운송하는 일을 1년6개월간 별다른 사고 없이 해왔다.
문제가 발생한 건 지난 5월 20일. 충남 계룡시로 운송을 나갔던 A씨는 택배물품을 하차하던 중 불의의 사고로 몸을 다쳤다. 다음날부터 정상적인 업무수행이 힘들었던 A씨는 `늑골 염좌 및 긴장`이란 진단을 받고 포항시 북구 장성동 시티병원에 8일간 입원했다. 입원해 있던 중 우체국물류지원단에 사고처리에 관해 문의한 A씨는 담당자의 답변에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우리와 위탁계약을 맺은 것이 아니다. 계약을 맺은 B통운과 상의하라”는 것. 결국 퇴원 이후 A씨는 B통운으로부터 치료비를 보상받았다.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진 건 그 다음부터.
A씨는 퇴원을 한 5월 28일 이후 현재까지 5개월 가까운 기간 동안 단 한 건의 우체국택배 위탁운송도 하지 못하고 있다. 업무에서 완벽히 배제되고 있는 것이다. “1년 6개월간 우체국택배 운송 위탁업무를 하면서 한 번도 실수나 지각을 한 적이 없는데 어째서 일을 주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억울해하는 A씨. 그는 “내 이름과 차량 번호를 위탁업무 수행을 위해 우체국물류지원센터에 보내면 무조건 거부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항우체국, 포항우편집중국, 우체국물류지원단 포항운송관리소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니, 세 곳에서 돌아온 대답은 대동소이했다. “우리 부서 업무가 아니니 관련부서에 문의하라” 또는 “배제된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지난 23일 세종시 우정사업본부 위탁운송분야 담당 주무관에게 재차 사실관계 확인을 부탁했다. 박상현 주무관이 26일 내놓은 답변은 이랬다. “우체국물류지원단에 문의하니, A씨는 B통운과 계약한 분으로 확인된다. 그 후 일(업무 배제 등)에 관해선 알 수 없다”며 B통운 측에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법적)책임이 없는데 책임을 묻는 건 이상한 일 아닌가”라며 도의적, 인간적 책임조차 회피했다.
B통운 관계자도 “A씨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말고 할 권한이 우리에겐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우정사업본부 우체국물류지원단과 B통운 중 한쪽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부사정을 잘아는 A씨는 B통운의 해명은 수긍이 간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규환 노무사는 “업무 위탁과 치료비 보상 과정에서 우체국물류지원단의 불법이 있은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영세 개인사업자(운송노동자)의 딱한 형편이 안타깝다”는 말을 전했다.
인권문제 전문가인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원재천 교수는 “사기업이 아닌 국가기관(우정사업본부)이라면, (위탁업무 개인사업자의)업무 수행 중 사고가 발생했을 때를 대비해 국제적 표준에 맞는 처리시스템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마땅하다”며 “A씨의 경우 국가인권위원회나 국민권익위원회에 도움을 요청해도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업무의 효율성 추구가 인권에 우선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동시에 전했다.
/홍성식기자 hss@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