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영덕원전 논란

등록일 2015-10-23 02:01 게재일 2015-10-23 19면
스크랩버튼
▲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영덕 천지원전 건설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정부는 영덕군과 영덕군의회의 동의를 얻어 지난 2012년 영덕읍 석리 일대 320여만㎡를 신규 원전 4기 유치 지역으로 지정 고시했으며, 지난 7월엔 2026~2027년 원전 2기를 영덕에 건설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영덕군 주민들로 구성된 `영덕 핵발전소 찬반 주민투표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지난 2010년 영덕원전 유치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4만 군민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전혀 없었기에 주민투표를 통해 군민의 목소리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다음달 11~12일 이틀간 영덕읍 덕곡1리 등 20여 곳 투표소에서 전 군민을 대상으로 주민투표를 실시한다. 문제는 영덕군의 신규원전 유치에 대한 군민들의 여론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추진위가 최근 영덕군민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영덕핵발전소 관련 설문조사에서 영덕군민의 61.7%가 영덕핵발전소 유치에 반대하고, 68.3%가 주민투표에 동의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분위기에서 주민투표가 다가오자 정부도 발등에 불 떨어진 듯 부산을 떨기 시작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20일 영덕원전사무소에서 영덕 발전 10대 대안사업을 처음으로 제안하면서 원전 반대 여론 잠재우기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추진위는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영덕군민을 우롱하지말라”고 일축하며 주민투표를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영덕군의 입장도 시큰둥하다. 군이 나서서 주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원전테마랜드나 원자력안전기술원, 원전해체연구센타 등의 지역유치나 포항-영덕KTX연장 등 획기적인 지역발전 대안이 필요한 데, 정부가 그런 제안들에 대해서는 응답하지 않고 구렁이 담넘어가듯 두루뭉수리한 공약만 내놓고 있다며 볼멘소리를 내고있다.

산자부는 민간 차원의 원전 찬반 주민투표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주민투표는 군민 여론을 수렴하는 중요한 행위인 만큼 투표결과는 영덕원전의 향배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 틀림없다. 원자력발전소는 아무리 사고위험이 없도록 안전하게 짓는다 해도 만에 하나 사고가 일어났을 때는 해당 지역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큰 위협이 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지역주민의 동의과정 없이 건설되어서도 안되고, 건설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영덕 원전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보노라면 경주가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입지로 선정된 우여곡절이 떠오른다. 지난 2003년 당시 김종규 부안군수가 정부의 장기미제 국책사업이던 방폐장을 `지역발전을 위해` 부안군 위도에 유치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촉발된 소위 `부안사태`는 1년 이상 지속되면서 엄청난 상처를 남겼다. 군수가 주민들에게 감금돼 폭행당했으며, 주민 160여 명이 사법처리됐다. 부상자도 500명을 넘었다. 부안사태는 주민투표에서 91.8%의 주민이 방폐장 유치를 반대해 간신히 일단락됐다. 부안사태 이후 정부는 방폐장 유치지역 선정을 공모 방식으로 바꿨다. 이에 따라 2005년 경북 경주·포항·영덕, 전북 군산시가 유치를 신청했고, 주민투표를 통해 경주시가 찬성 89.5%로 후보지로 선정됐다. 정부가 방폐장 용지를 물색한 지 19년 만이었다.

오랜 기간 자리잡지 못했던 방폐장 입지를 공모 방식으로 확정지을 수 있었던 것은 유치지역에 한수원 본사이전을 포함해 막대한 지역발전사업 예산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영덕 원전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끝낼 해법도 간단하다. 지역민들이 `원전을 받아들이게 되면 우리 지역이 확실히 발전하겠구나`하고 생각할 만한 인센티브를 약속하면 된다. 정부가 그런 지원 약속없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원전건설을 강행했다가는 결코 좋은 결과를 보기 어려울 것이다.

대한민국 헌법 제 1조 1항과 2항을 돌이켜보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 나라에서 주민의 뜻에 반해 강제로 이룰 수 있는 정책은 없다.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