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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

등록일 2015-10-09 02:01 게재일 2015-10-09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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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것이 아니라 `병원균`때문에 넘어진 것일 수 있다.”

미국 감염질환학회(IDWeek 2015)가 8일 `주목할 만한 연구`중 하나로 꼽은 논문제목이다. 깜짝 놀랄만한 발상의 전환이 엿보이는 얘기다. 하버드대 의과대학의 알렉산더 블레어 연구원이 미국 보스턴의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에서 치료한 낙상사고 환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낙상사고와 감염병을 함께 진단받은 환자 161명 가운데 절반 가까운 73명(45.3%)이 치명적인 `균혈증`을 앓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이다. 균혈증은 병원균이 혈관 속에 들어가서 몸속을 돌아다니는 상태를 말한다. 원래 혈관에는 백혈구가 있어서 병균이 존재할 수 없는데, 염증이 일부 심하게 발생하면 균혈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부 균은 혈관을 돌아다니면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하다. 연구팀은 낙상 환자 사이에서 균혈증의 비율이 매우 높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낙상사고 자체가 이미 특정 감염병이 원인이 돼 발생했을 수 있다면서 앞으로는 넘어져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관련된 검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발상의 전환은 예전과 다른 관점에서 특정 사물과 현상을 보는 것이다. 특정 사물을 보더라도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은 분명하다.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유명한 모자그림이 대표적인 사례다.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모자그림이라 할 수 밖에 없는 모습이지만 어린 왕자는 이 그림을 코끼리를 삼킨 구렁이를 표현한 것이라고 털어놓는다.

현대에 발상의 전환으로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을 꼽으라면 골프를 게임의 수준으로 변화시켜 성공한 골프존(Golfzone)을 들 수 있다. 2000년에 창업한 골프존은 미국에서 골프 연습에 주로 쓰이던 시뮬레이터를 보고 사업모델을 만들었다. 여기에 한국의 강점인 IT기술을 접목해서 골프시뮬레이터가 아닌 네트워크화한 골프게임을 만든 것이다. 사람들은 골프를 치면서도 게임처럼 즐기는 것에 열광하게 됐고, 큰 성공을 거뒀다. 또 하나는 애플의 스마트폰이다. 그전까지 핸드폰은 사람들 사이의 음성통화를 연결해주는 전화기였다. 하지만 애플사는 핸드폰 제조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PDA(Personal Digital Assisstant)에 전화기능을 포함한 아이폰을 생산했다. 전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본 신개념의 전화기는 휴대폰 시장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분야는 다르지만 조선의 21대 왕인 영조와 사도세자의 비극을 묘사한 영화 `사도`가 인기를 끄는 것 역시 발상의 전환에 힘입은 결과가 아닐까 싶다. 영조가 41세에 얻은 늦둥이 아들이자 장차 자신의 뒤를 이을 사도세자를 9일동안이나 뒤주속에 가둬 죽이는, 참혹한 살인을 저지른 것은 잘 알려져있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이 일어났는 지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있지 않았다. 이준익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역사가 말해주고 있지 않는 부분을 담담하게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영조는 숙종의 둘째아들로 태어났지만 그의 어머니는 무수리출신의 미천한 신분이었기에 왕위에 오른 후에도 경종을 독살했다는 의혹이 뒤따랐고, 영조가 왕의 자리에 오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노론의 등쌀에도 시달려야 했다. 스스로의 컴플렉스때문에 아들의 학문에 대한 성취를 기대했으나 학문에 힘쓰지 않는 모습에 실망을 한 영조는 대리청정에서 자신의 소신을 펼쳐보인 사도세자를 칭찬이 아니라 꾸지람으로 몰아세워 아들을 점점 삐뚤어지게 만드는, 최악의 아버지가 되고 말았다. 영화 사도를 보며 한 나라의 왕이라는 권력이 아무리 소중해도 한 아이의 아버지라는 인간으로서의 의무를 저버려서야 무슨 소용이랴 하는 감상에 빠져들고 말았다.

어디서든 위기는 소리없이 다가온다. 불현듯 다가온 위기를 뛰어넘기 위해서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인드를 유지해야 한다. 바로 그곳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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