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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전성시대

등록일 2015-10-05 02:01 게재일 2015-10-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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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선애<br /><br />대가대 교수·한국어문학부
▲ 임선애 대가대 교수·한국어문학부

시리아 난민들의 죽음 특히 세 살배기 아일린의 싸늘한 주검은 세계인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위헌 논란과 국민 반발에 휩싸인 채 참의원 본회의에서 안보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일본은 패전 70년 만에 다시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다. 중국의 저명 여성 작가는 50년 후 다시 깨어날 것을 기대하며 자신의 머리를 냉동시켜두는 인체냉동수술을 받았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문제를 두고 투표론과 단합론 사이에서 갈등을 빚었다. 이렇듯 세상은 슬프고, 놀랍고, 기이하고, 복잡한 뉴스들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나는 기쁜 소식은 한국어가 프랑스 수학능력시험인 바칼로레아에서 필수 선택 외국어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바칼로레아는 프랑스에서 중등교육 제2주기(고등학교)인 리세(lycee)를 졸업한 후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이 치르는 대학입학 자격고사 제도이다.

1808년 나폴레옹 집권 당시에 시작된 이 제도는 프랑스의 지방 자치단체인 교육청(Rectorat) 교육 아카데미가 주관하고, 각 지역마다 시험이 치러지지만 전국적으로 동일하게 효력을 지니는 자격증 제도이다.(교육학용어사전)

바칼로레아 외국어 시험은 제1·2·3 외국어로 분류되며, 1과 2는 필수이고 3은 선택이다. 3에서 2영역으로의 이동은 프랑스가 한국과 한국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반영한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국가 이미지가 높아짐으로써 한국어의 위상도 높아지고 있는 좋은 예 중의 하나이다.

각종 언어 관련 통계의 공식적인 자료로 활용되고 있는 세계적인 언어 정보 제공 사이트인 에스놀로그(http://www.ethnologue.com)는 지난 해 한국어 사용자 수를 세계 18위에서 13위로 상향 조정했다. 원래 성서 번역을 목적으로 1951년부터 세계의 언어 현황을 조사해온 에스놀로그 단체는 현재 지구상에서 쓰이고 있는 언어는 7천102개이며, 그 중 세계 인구의 약 80%가 82개 언어를 모국어로 쓰는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이는 7천여 개 이상의 언어가 그 사용자수가 미미한 언어들이 대부분이라는 의미이다. 이처럼 사용자수가 늘기보다는 줄어들기가 쉬운 것이 언어가 지닌 운명이기도 한데, 한국어 사용자 수가 6천640만 명에서 7천720만 명으로 늘어난 데 대한 등급 조정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한국어의 세계화로 인한 기쁜 소식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한항공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5층에 위치한 카페 캄파나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기 코즈발(Guy Cogeval) 오르세 미술관장, 주요 재계·문화계·스포츠계 인사 및 스카이팀 항공사 CEO 등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후원 계약에 따라 오르세 미술관에서의 한국어 작품안내 서비스 시작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머니위크 최윤신 기자)고 한다.

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에서 드래곤볼Z 초궁극무투전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히라노 마사유키 프로듀서는 한국에도 팬이 많은 인기 만화 `드래곤볼`을 원작으로 한 `드래곤볼Z 초궁극무투전`의 한국어 기획을 앞두고 한국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한국어의 세계화를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공공기관인 세종학당재단은 한류 확산, 국제결혼 증가, 한국 기업의 해외진출 확대, 고용허가제 시행 등으로 국내외 한국어 교육 수요 급증에 대응해서 해외에 한국어 교육기관을 설치·운영하고 있다. 이 외에도 한국 소재 각 대학들의 한국어 관련 학과들이 참여해서 한국어 및 한국 문화의 세계화에 힘쓰고 있다. 한국어 전성시대를 사는 한국인들은 과연 한국어사용을 잘 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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