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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으로 비는 소원

등록일 2015-10-02 02:01 게재일 2015-10-0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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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봉준<br /><br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대학
▲ 차봉준 숭실대 교수·베어드학부대학

`추석 전날 달밤에 마루에 앉아 / 온 식구가 모여서 송편 빚을 때 / 그 속에 푸른 풋콩 말아 넣으면/ 휘영청 달빛은 더 밝아오고 / 뒷산에서 노루들이 종일 울었네./`저 달빛엔 꽃가지도 휘이겠구나!` / 달 보시고 어머니가 한마디 하면 / 대수풀에 올빼미도 덩달아 웃고 /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 달님도 소리 내어 깔깔거렸네.`

미당 서정주의 시 `추석 전날 달밤에 송편 빚을 때`의 전문이다. 살며시 눈 감고 시상을 떠 올리면 온 식구가 둘레둘레 모여 앉아 송편을 빚는 정겨운 모습이 그려진다. 또한 어느 때보다 밝은 빛을 선사하는 달빛 아래 산 속의 노루도, 대숲 속의 올빼미도 한껏 들뜬 모습이 선명하다. 왜 아니겠는가! 한해 가운데 가장 풍요로운 계절의 한 복판에 모든 이들의 마음을 넉넉하게 만드는 절기가 추석이기 때문이다. 비록 경제가 어렵다고는 해도 추석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그래서 이번 추석 연휴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않고 고향을 찾아 길을 나섰던 것이다.

이번 추석은 맑은 날씨에 슈퍼문(Supermoon)까지 떠올라 더 많은 이들이 휘영청 둥근 달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어떤 이는 소리 내어, 또 어떤 이는 조용히 맘속으로 제각각의 소원을 빌었을 것이다. 온 식구들이 무탈하게 해 달라고 빌기도 했고, 하는 일이 잘 되게 해 달라 빌기도 했을 터. 곧 입시철이니 당연히 좋은 대학에 합격하게 해 달라는 소원도 있었을 것이고, 졸업을 앞둔 이는 좋은 직장을 기도하기도 했을 것이다. 그래, 꽃가지도 휘일 정도로 넉넉해진 달밤이었으니 모든 이들의 소원이 다 이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해가 다 가기 전에 마음껏 소리 내어 웃을 일들이 차고 넘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며칠 늦긴 하지만 이 기회에 나도 한 번 소원을 빌어 볼까! 뭐니 뭐니 해도 먹고 사는 문제가 관건이다.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까지 무모한 소원은 빌지 않겠다. 우리 학생들 대학 졸업하면서 빚쟁이 안 될 정도, 우리 청년들 하고 싶은 일터에서 맘껏 일할 수 있는 정도, 우리 가장들 어깨 펴고 다닐 수 있는 정도, 그리고 우리 어머니들 걱정 없이 장볼 정도로만 살게 해달라면 무리한 소원일까?

다음 소원은 뭘 빌어볼까. 그래, 나라가 좀 안정됐으면 좋겠다. 시끄러워도 너무 시끄럽고, 기가 막혀도 너무 기막힌 일들의 연속이다. 모두가 국민을 위한다고는 하는데 무엇이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인지를 `나`라는 국민은 아직도 잘 모르겠다. 자중지란(自中之亂)도 삼가고, 이전투구(泥田鬪狗)도 멈추고 진정 국민을 위한 겸허(謙虛)를 기도하는 것 역시 무모한 소원일까? 자신만이 옳다고, 우리 편만 정의롭다고 목소리 높이는 독선(獨善)을 물리치고 함께 어울려 웃고 즐기자는 소원은 들어주실런지.

내친 김에 한 가지 소원만 더 빌어본다. 오는 20일부터 26일까지 금강산 면회소에서 남북이산가족상봉이 예정돼 있다. 근래에는 상봉이 이뤄질 금강산 지역에 많은 실무자들이 왕래하고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상봉이 예정된 가족들의 심정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 차 있다. 대통령의 UN연설에 대한 북측의 반응이 심상찮다. 게다가 다가오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즈음해 북한이 어떠한 태도를 보일지가 최대 관심사다. 혹시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도발 행위로 인해 모처럼의 기회가 무산되지 않을까하는 조바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만은 제발 조용히 넘어가 주기를, 그래서 가슴 졸이며 가족 만날 날만 고대하고 있는 이들의 아픔이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지기를 기도해본다.

혹시 나 혼자만의 기원으로는 부족할 지도 모르니, 우리 모두 한 마음이 되어 비는 소원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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