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여운이 길게 남는 9월 끝 날이다. 민족 대이동답게 올해 역시 귀성 귀경 길 정체는 뉴스의 메인을 차지했다. 고속도로의 이름을 유명무실하게 만들어버린 도로를 가득 메운 차들이지만, 사람들의 표정만큼은 18년 만의 슈퍼 문(moon)처럼 밝고 환했다. 길이 막혀도 사람들이 환한 이유는 그 길의 끝엔 희망을 재충전할 수 있는 고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명절은 고향의 다른 이름이자, 희망과 같은 말이다. 고향에서 행복한 한가위의 기운을 받은 사람들은 다음 명절을 기다리며 또 그렇게 남은 2015년을 열심히 살 것이다.
명절 날 고속도로 상황은 그 해의 경제 사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정체 정도와 경제 사정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필자는 이 물음에 대한 답으로 비례관계를 제시한다. 정체가 심하다는 것은 고향을 찾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분명 그 사람들은 그래도 고향에 갈 형편은 된다는 말이다. 그러기에 고속도로 정체가 심하다는 것은 경제 사정도 그만큼 낫다는 것이다.
올해 고속도로 정체 상황은 어떠했을까. 안타깝게도 올해는 예년에 비해 정체 시간이 짧았다고 한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또 고속도로 확장 등 사회기반시설이 예전에 비해 좋아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N포 세대 등 많은 사람들이 경제 사정 때문에 귀성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N포 세대! 우리의 젊은이들은 삼포 세대에서 출발하여 오포 세대, 칠포 세대를 거쳐 이제 N포 세대까지 왔다. 이들은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할까.
세상은 분명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했다. 지금 우리 사회와 경제의 명암을 말하라고 한다면 밝은 면보다 어두운 면이다. 특히 어둠의 농도는 젊은이들에게 더 심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어둠이 갈수록 더 짙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어둠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인 취업의 길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추석에도 귀성을 포기하고 취업을 위한 스터디를 할 수밖에 없는 이 나라 젊은이들. 내년 한가위 때는 꼭 취업에 성공하여 동전을 뒤집듯 지금의 어두운 면을 확 뒤집고 행복한 귀성 정체의 길에 꼭 합류하길 기원한다.
끝이 있으면 시작이 있다는 것을, 또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설령 세상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몰고 가더라도 그 끝을 새로운 시작으로 만드는 힘을 우리는 역사로부터 배웠다. 그리고 그 배움 속에서 우리는 시작과 끝, 끝과 시작은 결국 하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일이면 열매달 9월이 하늘연달 10월에게 시간의 바통을 넘겨준다. 바통을 이어받은 하늘연달은 더 큰 결실을 위해 쉼 없이 시간의 바늘을 돌릴 것이다. 하늘이 열리듯 우리 모두에게도 자신이 소원하는 길이 꼭 열렸으면 좋겠다. 그래서 기념일이 많은 10월처럼 저마다의 큰 기념일을 2015년 10월에 꼭 만들었으면 좋겠다.
산자연중학교도 하늘연달에 새로운 시작을 위한 큰 준비를 하고 있다. 10월 26일 대구 남산동 신학교 대강당에서 제1회 천주교대구대교구 대안교육 세미나! 혹시 55조 1천322억원이 어떤 돈인지 아시는지? 이 어머 어마한 돈의 정체는 바로 교육부 예산이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 예산안에는 산자연중학교, 즉 각종학교는 빠져 있다. 엄연히 산자연중학교 학생들도 대한민국 중학생인데 교육부는 물론 경북도 교육청은 유독 돈과 관련해서는 산자연중학교를 배제해 버렸다. 필자는 아직도 기억한다, 지난 메르스 사태 때를, 보고 지연으로 그토록 매몰차게 몰아세우던 교육청을.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다. 이 나라의 기준을 말할 때 가장 잘 맞는 말이다. 오죽했으면 말할까, 그 때 그 때 달라요! 그런데 교육계는 이 현상이 더 심하다. 차별 없는 지원을 통해 혼돈과 개혁 대상인 교육계가 바로 서는 하늘연달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