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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權威)의 사회학

등록일 2015-09-11 02:01 게재일 2015-09-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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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권위는 내가 열망해온 게 아니다”

권위의 상징인 영국 왕위에 올라 최장기간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말이다. 지난 9일 오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인근에서 열린 새로운 열차 노선 개통식에 참석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1분30여초간 한 연설 에서 “많은 사람이 오늘의 또 다른 특별함에 대해 친절하게 언급해줬다”고 운을 뗀 뒤 이렇게 말했다. 여왕은 이어 “불가피하게 기나긴 인생은 많은 이정표를 지나간다. 내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며 “국내외에 있는 모든 다른 이들이 보내준 후의에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털어놨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이날 오후 5시30분께 빅토리아 여왕의 통치 기간인 2만3천226일 16시간 23분을 넘어서면서 최장 재위 영국 군주라는 기록을 세웠다.

권위(權威)는 어느 개인이나 조직, 관념이 사회 속에서 일정한 역할을 담당하고, 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널리 인정되는 영향력을 지닐 경우, 이 영향력을 가리키는 말이다. 권위는 역사 발전에 대하여 긍정적으로도, 또한 부정적으로도 작용한다. 역사적으로 몰락의 위기에 처한 종래의 지배 계급은 기존의 권위에 집착하여 권위를 강제하고, 물질적 강제력인 권력에 호소한다. 권력(power)과 권위(authority)는 인간을 복종시키는 힘이자 위력이라는 의미에서 흔히 동의어로 사용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권위는 정당성을 획득한 권력이다.

동양에서는 서양과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권위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 고전인 논어 학이편에 공자의 권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자금이 자공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가시는 모든 나라에서 반드시 정치 이야기를 들으시는 데, 선생님이 원해서인가요 아니면 그쪽에서 요청해온 것인가요? 자공이 말했다. 선생님은 온화, 선량, 공손, 검소, 겸손이라는 덕성으로 그 나라의 요청을 받은 것입니다.(夫子 溫良恭儉讓 以得之) 선생님이 먼저 의견을 내었다해도 그것은 벼슬이나 경제적 대가를 위해 의견을 내는 부류의 사람들과는 다르지요.”

논어는 여기서 권위의 5대요소를 말하고 있다. 자공의 대답처럼 공자는 돈이나 벼슬을 얻으려고 정치인들과 대화하는 게 아니라 온화, 선량, 공손, 검소, 겸손이라는 다섯가지 덕목으로 제후나 정치인들을 감화시켜 감복한 그들 스스로 공자에게 가르침을 구하는 것이라고 했다. 공자는 스승으로서, 학자로서 온양공검양(溫良恭儉讓)이라고 표현한 품성으로 그 권위를 인정받았던 것이다.

현실에서 권위가 가장 필요한 곳은 바로 정치판일게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당 혁신안 처리과정과 함께 자신에 대한 재신임을 당원과 국민께 묻겠다고 선언했다. 문 대표는 “최근 당 안에서 공공연히 당을 흔들고 당을 깨려는 시도가 금도를 넘었다”며 “만약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당 대표로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어 이를 회복하기 위해 재신임투표라는 극약처방을 내놓은 셈이다. 문 대표는 `투 트랙`으로 재신임을 묻겠다고 했다. 하나는 오는 16일 중앙위에서 혁신안 통과와 연계하는 것이고, 이와 별도로 국민여론조사(50%)+당원 투표(50%)로 재신임을 묻는 것이다. 또 재신임 이후 `혁신`과 `통합`에 이어 `기강`을 당 운영 방향으로 제시하면서 비노 측의 정치적 공세에 대해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천 혁신안이 비주류 반발속에서도 최고위와 당무위를 통과했기에 중앙위에서 제동이 걸릴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문 대표의 운명은 별도의 재신임 평가 결과에서 결판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문 대표가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만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 응답률이 높게 나오겠지만, 당원투표의 향방은 불투명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동서양을 망라해 `권위란 세우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더니 `옛말이 그른 게 없다`는 말이 실감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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