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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마네는 없는가?

등록일 2015-09-09 02:01 게재일 2015-09-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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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현<br /><br />편집국 부국장
▲ 임재현 편집국 부국장

2010년 8월 첫 방문 이후 지난달 28일 또 한번 일본을 다녀왔다. 5년전 마이즈루시 방문은 크루즈선 시범운항 차 포항시 방문단의 일원이었고 이번은 이즈모 시의회와 상의의 포항 방문을 주선한데 대한 감사 초청의 결과였다. 방문과 답방의 인연은 드라마틱하다. 발단은 다케시타 와타루 일본 중의원에서 비롯됐다. 그는 고 박태준 국무총리와 각별한 인연으로 IMF 위기 당시 한국에 도움을 준 고 다케시타 노보루 전 총리의 동생이다. 고향은 우호교류 중단을 선언한 경상북도와 아직도 화해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는 시마네현이다.

형의 후광도 있겠지만 그는 거물 정치인이다. 아베신조 총리의 한일 관계에 불만이 많은데 국가 간 관계정상화만 기다릴게 아니라 지자체 간 교류가 국가 간 화해를 견인한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가 착안한 곳은 이즈모시였다. 시마네현과 경상북도의 요즘 관계야 다 아는 처지여서 별 소용도 없을 테지만 그 현에 속한 이즈모는 포항에서 연오랑 세오녀가 넘어간 땅이니 그야말로 일의대수(一衣帶水)의 인연이 있다. 그는 보좌관을 통해 이즈모시의원들에게 뜻을 알렸으며 포스코 일본지사의 임원을 통해 사단법인 포항지역사회연구소와 본지에 연락이 닿게 됐다.

이즈모는 가까웠다. 인천공항을 이륙한지 40분만에 돗토리현의 요나고공항에 도착했는데 돌아올 때 보니 이륙 후 20분만에 포항 상공을 통해 한반도에 접어들고 있었다. 시마네현청 소재지인 마츠에시는 마츠에성과 속초의 청초호와 같은 석호가 훨씬 더 넓은, 경치가 뛰어난 곳이었다. 자동차로 한시간만에 도착한 이즈모시는 깨끗하고 정감이 가는 곳이었다. 저번 마이즈루 곳곳에서 눈에 띤 낡은 집들을 한곳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소득수준도 높아보였다. 알아보니 산업도 골고루 발달해 있고 관광객도 연 1천만명에 이른다. 이 일대를 통칭하는 산인(山蔭)지역 전체에서 손꼽히는 종합병원도 다수이며 쇼핑몰도 많아 타 지역 주민들도 많이 찾는 소비도시라고도 한다. 쌀의 명산지이며 일본술의 발상지라고도 했다. 메밀을 껍질째 간 이즈모 소바와 제첩도 전국 명성이다.

첫날 시청에서 공식접견한 이즈모시장은 60대 중반의 행정공무원 출신으로 유머러스하며 한때 동굴탐험이 취미였다는 말이 실감날 만큼 개성이 강했다. 일본인 특유의 굴신(屈身)의 자세도 별로 없어 부담이 없었다. 통역을 맡은 시마네현청의 한국인 국제교류원은 이즈모사람들은 말수가 적은 편이며 `신화의 고향`이라는 믿음에 따라 자부심이 남다르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시마네(島根)가 일본 섬의 뿌리요 근원이라는 뜻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다.

이날 저녁, 시장과 시의회의장단 및 의원, 상공회의소 임원들과의 식사 자리에서 이런 인사말을 했다. `돗토리현은 한국의 강원도와 맺은 결연관계를 실질적 이익으로 연결시키고 있습니다.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관계 상 당연한 결과입니다. 그런데 경북과 시마네현은 같은 조건에다 연오랑 세오녀라는 신화로도 연결돼 있지만 교류 재개는 기약조차 없습니다. 한일 교류사는 멀리 떨어진 내륙의 백제가 대명사인양 인식되고 있습니다. 두 나라의 갈등이라는 십자가를 경북과 시마네가 다 짊어져서야 되겠습니까? 우리 두 지역만이라도 한일관계 정상화를 기다리며 교류를 이어갑시다.` 이즈모사람들의 박수 소리 만큼이나 술잔도 높아져간 밤이었다.

최근 세계를 슬픔과 분노에 빠트린 시리아 난민 사태는 역사와 삶의 현실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전쟁이라는 실재가 유럽에 이민으로 현실이 됐듯이 북한의 참상은 중국과 남한에 마찬가지 결과를 줄 것이다. 냉전의 바다, 동해는 동북아 정세가 안정되는 언젠가 평화의 바다가 될 것이다. 연오랑 세오녀가 상징하는 두 나라, 두 지역의 역사적 연대감은 잠시 접어두고 세상사 그렇듯이 이해득실을 먼저 따지더라도 한일 화해 시대의 준비는 경북과 시마네에서 먼저 결자해지 해야 한다. 시마네는 우리가 눈을 감고 싶은 대상이지만 분명히 역사와 현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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