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지아주 에모리대학의 사라 브로스넌 박사가 꼬리감는원숭이(Capuchin monkey)를 대상으로 실시한 차별적 보상에 반응하는 행동 관찰결과는 흥미롭다. 열두 마리의 원숭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인접한 우리에 가두고 일정한 일을 똑같이 시키면서 차별적으로 보상하자, 차별당한 쪽이 격하게 흥분하는 반응을 보였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는 속설이 유인원 세계에서도 통용된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북한의 DMZ 지뢰도발로 촉발돼 끝 모르게 팽창되던 남북 간의 일촉즉발 위기상황이 남측 김관진·홍용표-북측 황병서·김양건 협상대표들이 무박4일 마라톤협상 끝에 합의를 도출함에 따라 극적으로 잦아들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이 있듯이 남·북한이 급속히 대화무드로 접어들면서 한반도에 드리웠던 먹구름이 일시에 걷혔다. `남북이산가족상봉`첫 단추를 풀어내는 작업도 순조로운 것 같고, 예정된 고위급회담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위태로운 시험대 난간에 몰렸던 박근혜정부가 임기반환점을 돌면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불과 1주일사이에 15%나 급등하면서 50%를 육박하는 수준으로 치솟았다. 여러 가지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박 대통령이 중심에 버티고 서서 `원칙`을 굳게 지킴으로써 북측의 억지를 꺾어낸 성과에 힘입었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국가가 위기에 처했을 때 지도자가 실천해야 할 `확고부동`의 전범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갈등이 극으로 치닫던 시기에 여당대표는 `가차 없는 응징`을 주창하고, 야당대표는 `대화 해결`을 주문한 약간의 엇박자가 아주 의미 없는 대응은 아니었다. 내부이견이 많을수록 지도자의 협상력이 높아진다는 `양면게임(Two-level game)`논리가 정말 작동했는지는 물론 알 수 없다. 문제는 남북합의 이후에 펼쳐지는 쩨쩨한 논쟁들이다. 소탐대실의 위험성을 아주 모르는 바도 아니련만, 이 나라 정치권과 언론에서는 야릇한 티뜯기가 빈발하고 있다.
협상타결 이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이 지뢰도발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북한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은 북한방송에 나와 목함지뢰 폭발사건을 `날조`로 몰면서 “남조선 당국이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떠들었다. 상반된 언행을 놓고 이런저런 비판이 제기된다. `비정상적인 사태`라는 합의 문구를 놓고 끈질긴 불평을 늘어놓는 언급은 볼썽사납다.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합의문과 다른 발표를 한 것”이라면서 “상대에 대한 신뢰를 해치는 일일 수도 있다”고 아예 대내용으로 분석되는 황병서의 평양 발언에 힘을 실었다. 발목지뢰로 부상당한 병사와의 인터뷰에서 `전투의지`는 빼고 굳이 `평화기원`부분만 발췌 보도하던 진보언론들은 청와대에 초청된 여당의원의 `불평`을 쥐어짜내며 갈등을 후벼 팠다. 인터넷을 떠도는 `박 대통령-김정은 위기 합작설`음모론은 더욱 기가 막힌다. 모두가 `배 아픈 건 못 참는` 천박한 본성을 드러낸 추태로 읽힌다. 청와대는 “남북대화는 이제 시작”이라며 신중한 접근을 희망하고 있다. 그럼에도 `배 아픈` 사람들이 앞 다퉈서 8.25합의내용을 꼬투리잡고, 섣불리 `5.24조치 해제`를 외치거나 `남북정상회담`을 촉새처럼 언급하는 모습은 한심스럽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치인과 언론이 못할 말이야 없겠지만, `국익`을 헤아리는 지혜가 아쉬운 대목이 많다. 정권의 성격에 따라 포장 바꿔가며 냉탕과 온탕을 반복해온 통일정책을 다시 점검해야 할 때다. 민족의 명운이 걸린 참된 `통일`을 위해, 내남 없이 함께 들어설 한 길 설계도를 준비해야 한다. `통 큰 전략`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 쩨쩨한 티뜯기가 `평화통일`을 망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