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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은 현재에 있다

등록일 2015-08-28 02:01 게재일 2015-08-2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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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철학·법학·의학·신학자인 파우스트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깨닫고 스스로 결코 만족을 모를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래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와 내기를 하는 데, 악마의 힘을 빌리는 대가로 만약 자신의 삶에 만족해 “머물러라, 너는 정말 아름답구나”라고 외치면 영혼을 가져가도 좋다고 약속한다. 결국 삶의 어느 순간 파우스트는 만족을 하고 이 말을 실제로 내뱉게 된다. 자신의 삶에 만족한 순간 목숨이 달아나는 내기를 한 파우스트가 마냥 어리석다고 탓할 수만은 없다. 인간의 탐욕은 측정하기 어려울 만큼 거대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 글을 보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매 순간을 이처럼 만족하고, 감탄하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되새기게 된다. 누구라도 지금 이 순간, 현재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길지않은 우리 삶에 행복은 삶이 끝나갈 때쯤에나 찾게 될 뿐이다. 숨쉬는 매 순간순간, 의미를 부여해야만 내 삶은 의미있는 삶이 된다. 그리고 내가 존재하는 이 순간에 이름을 붙여주고, 의미를 불어넣으면 모든 순간이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되어줄 것이다.

그런 순간들이 있을 것이다. 바쁘게 직장생활을 하느라 계절의 변화를 느끼지 못하다가 어느 순간 문득 봄이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순간들 말이다. 나는 아파트 마당을 가로질러 가다가 경비실옆 화단에 핀 라일락꽃 향기를 맡게 될 때 생생한 봄을 알게 되곤 했다. 무덥고, 찌는 듯한 더위로 매사에 흥미를 잃고 짜증스러운 기분속에 하루를 보내다가 휴일날 무심코 지인들과 나들이갔다가 산자락에 핀 코스모스 군락과 그 위를 맴도는 잠자리떼를 보고 벌써 완연한 가을이구나 하고 깨닫는 것이다.

사르트르는 카뮈의 `이방인`에 대한 비평문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생은 잘 짜인 이야기보다는 그 하나하나가 관능적인 기쁨인, 내일없는 작은 조각들의 광채다.” 어떤 순간이 보배로운 순간인지 우리들은 모른다. 그러니 우리가 겪는 모든 순간들을 보배롭게 보고 느끼면 된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근무하는 2명이 `대한민국 명장`에 뽑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올해 `대한민국 명장`18명을 뽑았는데, 여기에 포스코 직원 박진현(55)씨와 김공영(47)씨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기계정비 분야 명장 박진현씨는 어려운 가정환경을 딛고 학업의 열정을 불태워 국립부산공업전문대학을 수석으로 졸업했고, 1985년 포스코에 입사한 이후 배관기능장, 전기기능장 등 14개 종목 자격증을 취득했다. 그는 맞춤형 통합 진단시스템 특허를 개발해 회사 수익 향상에 한몫하고 각종 숙련기술을 체계화하는 데 앞장서 명장에 뽑혔다. 금속재생산 분야 명장 김공영씨는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1987년 포스코에 입사해 제강기능장 등 8개 종목 자격증을 땄다. 그는 스테인리스강 생산과 관련한 특허 9건을 등록하는 등 고순도 스테인리스강 제조 기술을 체계화해 명장으로 선정됐다. 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에서 어떤 마음으로 일해왔는지 짧은 이력에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어느 한 분야에서 명장이 되려면 수많은 밤을 지새워야 했으리라.

답은 내 앞에 있다는 걸 믿어야 한다. 답이 현재에 있다는 걸 믿어야 우리는 행복할 수 있다.

파울로 코엘료가 쓴 `연금술사`에서도 양치기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아 이집트로 떠났다가 갖은 고생 끝에 자신의 고향 낡은 교회터에서 보물을 찾게된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울로는 이 이야기를 통해 꿈은 멀리 있지 않고 꿈(자아의 신화)을 찾아 나선다면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는 걸 얘기하고 있다. 또 하나는 무언가를 온마음을 다해 원한다면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걸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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