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야당 국회의원의 심리적 저항

등록일 2015-08-21 02:01 게재일 2015-08-21 19면
스크랩버튼
▲ 김진호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요즘 새정치민주연합의 공천혁신안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하위 20% 현역의원 물갈이 공천개혁안을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당론 정면부정을 해당행위로 규정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위원장은 20일 모 언론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전날 발표한 공천 혁신안 중 공천 시 불이익을 주는 기준과 관련해 “당론을 정면 부정하는 것도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면서 “의원이 자기 판단이나 의견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그것이 해당행위적·분열적 이야기나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에는 사실상 평가 및 판단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이는 혁신위가 전날 공천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 정체성을 해치는 자, 막말과 해당 행위자도 새정치연합에 발붙일 수 없게 해야 한다며 공천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천명한 연장선상에서 보면 쉽게 넘어갈 일이 아니다.

문제는 `당론부정=해당행위`로 간주해 공천시 불이익을 시사한 김 위원장의 발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점이다. 더구나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당론`이라는 미명하에 의원들에게 무조건 따를 것을 압박하는 정치문화를 비판해왔다. 따라서 정치발전을 위해 국회의원들의 개인적 의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어떤 대상에 대해 선택의 자유가 제한될 경우의 심리적 과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이론이 심리학자 브렘의 `심리적 저항이론(the psychological reactance theory)`이다. 브렘의 이론에 따르면 어떤 대상에 대해 선택의 자유가 제한되거나 위협당하게 되면 그 자유를 유지하기 위한 동기가 유발되어 우리는 그 자유를, 그것과 관련된 대상을 포함해 이전보다 더욱더 강렬하게 원하게 된다. 그래서 만일 어떤 대상이 점차 희귀해져서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되면 우리는 그 대상을 이전보다 더 강렬하게 소유하려는 심리적 저항을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심리적 저항의 에너지는 정책입안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 1970년대초, 플로리다주의 마이애미시에서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인산염이 들어있는 세제를 사용하거나 소유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례를 통과시켰을 때 일이다. 이 법안에 대한 마이애미 시민의 반응은 크게 두가지로 나타났다. 첫째로 적지않은 시민들이 갑자기 밀수꾼이 됐다. 친한 친구나 친척들과 삼삼오오 짝을 지어 이 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 인근 도시로 몰려 가서 인산염을 포함하고 있는 세제나 비누 등을 다량 구매해 돌아오곤 했다. 어떤 주부는 20년 쓸 분량의 세제를 확보했다고 자랑하고 돌아다니기도 했다. 둘째로 더 이상 인산염을 포함한 세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앞에서 마이애미 시민들은 인산염이 포함된 세제가 일반 세제보다 훨썬 더 좋은 제품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당시 연구에 의하면 이 법안의 적용을 받지않는 탬파 시민들에 비교해 마이애미 시민들은 인산염이 포함된 세제가 다른 세제들보다 더 부드럽고 효과적이며 표백능력도 탁월하다고 평가하고 있었다.

어떤 대상에 대한 자유가 제한당하면 우리는 잃어버린 자유를 되찾기 위해 그 대상을 소유하려는 강렬한 동기를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금지하면 더 하고 싶은”심리적 현상은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정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거나 검열하게 되면 우리는 그 정보에 대한 접촉을 더욱 열심히 추구하게 되며, 정보의 가치도 검열 이전보다 이후에 더욱더 상승하게 된다.

야당의 혁신안이 어떤 모습으로 마무리될 지 지켜봐야 하겠지만 당론부정을 해당행위로 규정하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다. 말리면 더 하고싶은 심리적 저항의 끝이 어디인지 굳이 확인해서 무엇하랴.

김진호의 是是非非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