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공단 고창용 경북지사장<BR>일·학습병행제 추진 전략 인터뷰
최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4대개혁 중 노동 및 교육개혁 관련)에서도 소개된 청년실업 해결책 `일학습병행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경북지사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현정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인 일학습병행제가 청년일자리 문제의 근본을 파고들 대안으로 소개했다.
일학습병행제는 독일·스위스 이원화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으로 쉽게 말해 기업에 취업한 다음 교육훈련을 받는 제도이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1천억원 이상의 사업비가 이 제도에 편성된다.
일학습병행제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자원들이 대학진학을 선택하기보다 우선 기업에 취업해 1~4년간 학습근로자로 근무하면서 해당 기업의 전문 업무를 습득하게 된다. 특히 기업과 연계된 대학을 통해 실질적인 이론교육도 병행되는데다 학습근로자를 마치면 국가자격증도 발급된다. 이 과정에서 기존 근로자와 급여 등 동일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이를 위해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취업한 학습근로자와 해당 기업에 각종 수당을 지원한다. 이미 시행된 인턴제와는 맥락을 달리하는 일학습병행제는 학습근로자가 취업한 기업의 전문 업무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직접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외 학위연계형 일학습병행제 즉 4년간 기업에 학습근로자로 근무하면 학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시도되고 있지만 일선 대학 붕괴 등의 염려로 교육부가 제동을 걸고 있는 상태이다.
이 사업을 통해 청년일자리 만들기에 매진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고창용 경북지사장을 만나 다양한 해법을 들어봤다.
일·학습병행제는 일하면서 배우는 새로운 교육훈련 패러다임스펙쌓기 따른 시간낭비 없애고 기업은 재훈련 비용부담 줄여
도입 기업에 보조금 지원… 전국 1천900개 기업 참가 큰 호응
-고용통계에 따르면 요즘 청년실업률이 10%선을 넘어섰고 이는 지난 `99년 IMF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은 과도한 대학진학률과 스펙쌓기, 그리고 산업현장과 학교 간 인력수급 미스매치에 있다고 본다. 우리나라 고등학교 졸업자의 80%가 대학에 진학하는데 바로 학력중심의 스펙문화가 젊은이들에게 취업장벽을 안겨준 셈이다.
현행 직업교육은 실무경험이 부족한 교수진에 의해 현장과 괴리된 이론중심의 교육을 하기 때문에 기업에서도 막대한 재교육비를 부담하게 된다. 이제는 기존 교과중심의 교육훈련제도를 현장실무중심, 능력중심으로 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청년실업의 근본원인을 높은 대학 진학률과 스펙문화, 그리고 산업현장과 괴리된 학교교육이라고 지적을 했는데 이를 타개할 방안이 있나.
△정부는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구현과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서 일학습병행제를 기업현장에 도입하고 확산하는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꾸준한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독일은 도제제도에서부터 이어온 현장중심의 직업교육제도를 통해 일과 학습이 긴밀히 연계돼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독일 등 선진국과 달리 현장에서 인재를 양성하는 기업관행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일학습병행제를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일학습병행제는 기업이 젊고 유능한 인재를 조기에 선발해서 체계적인 프로그램에 따라 일과 학습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젊은이들이 불필요한 스펙쌓기에 몰입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도록 하고 기업은 재훈련에 투입되는 비용부담 없이 필요한 인재를 용이하게 수급할 수 있다.
일학습병행제가 고용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정착하면 기업의 구인난과 청년실업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
-일학습병행제의 개념을 설명해 달라.
△일학습병행제는 한마디로 취업부터 먼저하고 일하면서 배우는 교육훈련제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실무형 인재를 기르기 위해 기업이 취업을 원하는 청년 등을 학습근로자로 채용해 현장훈련교사가 주로 기업현장에서 국가직무능력표준(NCS)기반의 교육훈련프로그램에 따라 가르치고 보완적으로 학교 등에서 이론교육을 시킨 후 산업계가 평가해 자격증 또는 학위를 부여하는 제도이다.
일학습병행제의 핵심 키워드는 `현장성`이다. 일하면서 학습할 수 있고 학습이 일과 연계된다. 교육훈련내용, 교과운영방법 등을 기업이 주도적으로 결정하며 정부가 정한 인증기준을 충족하는 교육훈련프로그램에 따라 일과 교육이 이루어지므로 체계적인 교육훈련프로그램 없이 진행되는 현장실습이나 청년인턴제와는 구별된다.
-어떻게 운영되나.
△일학습병행제 도입을 희망하는 기업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 참여 신청을 하면 관련분야 전문가가 직접 찾아가서 상담과 컨설팅을 지원해 준다.
사업주는 당해기업에 맞는 교육훈련과정 개발을 지원받아 학습근로자를 선발하고 채용된 근로자가 유능한 직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육성하면 된다.
학습근로자는 교육훈련과정을 이수하면 목표 달성 여부를 일정 기준의 평가를 통해 자격 또는 학위를 받게 되고 일반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다.
-기업과 학습근로자에게 어떤 혜택을 주고 있나.
△일학습병행제를 도입한 기업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현장교사 수당, 프로그램 개발비, 훈련비용 등 일체를 보조금으로 지원한다. 통상 프로그램 교재개발·제작비 1천200만원, 기업현장교사수당 1천600만원, 행정담당자 수당 300만원, 학습근로자 훈련비 등을 실비수준으로 지원하고 학습근로자에게는 매월 훈련수당 40만원이 지원된다.
-사업성과는.
△일학습병행제에 대한 산업현장의 호응도가 매우 높다. 지난해 사전 홍보가 미흡한 상태에서 시행 1년 만에 전국적으로 1천900여개의 기업이 참여하는 등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금년도 사업목표는 5천200개 기업이며 7월말 현재 2천906개의 기업에서 5천645명의 학습근로자가 일과 학습을 병행 중에 있고 그 수는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2017년까지 약 1만여 개의 기업에서 7만 명 정도가 일학습병행제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경북지역에서는 현재까지 188개 기업이 선정돼 58개 기업이 훈련을 실시하고 있으며 263명의 학습근로자가 훈련에 참여하고 있다.
이 사업의 성과는 결국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구직기간 장기화로 인한 청년들의 결혼포기, 저출산, 인구감소,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해소되는 것이다.
-지역 일자리 문제 해소를 위한 향후 계획은.
△이제 일학습병행제가 관주도가 아닌 시장 기능에 의해 자발적 사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제도운영 측면에서 현장중심 시장기능을 왜곡하는 부분은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경북지사는 외부전문가와 기업의 현장훈련교사를 활용한 `기업전담제`를 실시하고 시장기능을 통해 사업이 확산 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현장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다.
또 산업기반이 약한 경북북부지역 안동·영주·상주·문경·의성지역 일자리 확대를 위해 지역 유관기관과의 협업을 중점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안동/권기웅기자 presskw@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