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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기 교육 발자국

등록일 2015-08-20 02:01 게재일 2015-0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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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대부분의 학교들이 불볕더위 여름방학을 마치고 개학을 했거나, 준비 중이다.

개학(開學)을 사전에서는 “학교에서 방학, 휴교 등으로 한동안 쉬었다가 다시 수업을 시작함”이라고 정의한다. 방학이 사전의 의미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면 개학은 “다시 시작함”이라는 사전의 의미를 잘 지키고 있다. 유난히 뜨거웠던 올 여름을 이겨내고 학생들은 다시 학교로 보였다.

개학에 대한 학생들의 생각은 어떨까. 개학을 검색하다 놀라운 책을 발견했다. 제목은 `신 나는 개학 날`. 당연히 우리나라 책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아마 이런 제목으로 책을 냈다가는 분명히 학생들로부터 돌팔매를 맞거나 좀 지나치면 허위사실 유포 죄로 고발을 당할지도 모른다. 학생, 학부모, 더군다나 교사들조차 부담스러워하는 개학이 이 나라 교육 현실이다.

학교 수업을 잠시 쉬는, 물론 고등학교들은 그렇지 않았지만, 방학 동안 우리 학생들은 더 바빴다. 비록 선행 학습 금지법 등이 있지만 학교에서 선행 학습을 하는 판에 이 법이 지켜질 리 만무하다. 그래서 방학은 과외나 학원 등 사교육계에서는 대목이다. 자의든 타의든 우리 학생들은 방학 동안 사교육의 도움을 받으면서 개학 준비를 했다. 그러면 교사들은 개학 준비를 제대로 했을까. 물론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과 자신을 위해, 더 나아가 이 나라 교육 발전을 위해 방학 동안 끊임없는 자기 연찬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많은 교사들이 그렇지 않기에 이 나라 교육이 지금처럼 붕괴되지 않았을까. 언제부터인가 방학은 단절과 결별의 시간이 되어버렸다. 단절의 대상은 학생과 교사! 일반적으로 결별의 시간은 대상자 간에 아쉬움과 그리움의 시간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학교는 절대 그렇지 않다.

어떻게 된 것인지 우리나라의 교사와 학생들은 서로로부터의 단절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학생, 학부모, 교사 간의 이런 관계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 바로 `견원지간(犬猿之間)`이다. 좋든 싫든 2학기가 시작되었다. 보기 싫어도 어쩔 수 없이 서로를 봐야 한다. 기왕 봐야할 사이라면 서로 좋은 모습으로 볼 수는 없을까.

이를 위해 정부에서는 자유학기제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살벌한 교육 현장에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도무지 결과가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아무리 좋은 교육 제도라 하더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수식어만 붙으면 그 모양이 180도로 달라지고 만다는 것이다.

광복 70주년은 곧 교육 광복 70주년이다. 속이야 어떻게 되었던 지난 70년 동안 대한민국은 외건 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경계 규모 세계 13위 등 여러 가지 수치만 보면 대한민국은 분명 어디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 하지만 교육은 어떤가. 광복 70년 동안 교육계에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기에 이다지도 우리의 가슴을 먹먹하게 할까.

대통령께서는 교육을 비롯한 4대 개혁만이 우리의 살 길이라고 계속 외치고 있다. 그리고 교육 개혁의 방법으로 창조 교육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것은 청와대와 방송국 안 마이크에서만 맴돌 뿐이다. 규제 철폐를 외칠수록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더 생겨나고 있는 이 모순된 현실을 대통령은 정말 모르실까.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시작을 어떻게 하는가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판이하게 달라진다. 집단에는 그 집단을 이끄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에 따라 집단의 존폐가 결정된다. 우리나라 교육계에도 교육을 이끄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들은 저마다 자신들의 발자국 남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그리고 말한다, 무조건 자신만을 따르라고. 정말 우리가 믿고 따를 교육계의 수장이 곧 나타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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