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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신화, 창조

등록일 2015-08-12 02:01 게재일 2015-08-1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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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8·15가 종심(從心)을 맞이한다. 70년! 공자는 논어 위정편(爲政篇)에 나이대별로 성취해야 할 일들에 대해 설명해 놓았다.

“나는 15세에 학문에 뜻을 두고(志學), 30세에 뜻이 확고하게 섰으며(而立), 40세에는 미혹됨이 없었고(不惑), 50세에는 하늘의 명을 알았으며(知天命), 60세에는 귀가 순하여 남의 말을 듣기만 하여도 이해하게 되었고(耳順), 70세에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하여도 법도를 넘어서거나 어긋나지 않았다(從心).”

종심을 어느 책에서는 `마음이 하고자 하는 대로, 또 마음이 시키는 대로 하여도 어떤 규범이나 법도·제도·원리 등을 벗어나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행하든 일정한 법도가 있다는 뜻이니, 바로 유교(儒敎)에서 말하는 성인지도(聖人之道)를 이름이다`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광복 70년을 맞은 우리나라의 모습도 과연 이와 같을까.

공자는 종심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서는 인생의 단계와 각 단계에서 해야 할 일을 알고 꼭 행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그리고 종심의 첫 단계로 공자는 뜻을 세우는 지학(志學)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뜻은 곧 길이요, 목표다. 그래서 지학이란 나아가야 할 길, 즉 목표를 명확히 하는 것으로 재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우리나라는, 우리 정부는, 우리 국민들은 과연 우리가 가야할 길, 우리가 성취해야 할 목표를 알기나 할까.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나아가 이 나라는 목표부터가 너무 헛되거나 추상적이다. 왜냐하면 나라와 국민들에게 비전을 제시해줘야 할 학교 교육이 방향을 잃었기 때문이다. 방향을 잃은 학교에서 사람들은 어려서부터 길을 찾기는커녕 길과 더불어 방향감각까지 상실해버렸다. 물론 “지금의 경제 성장이 교육이 아니었으면 가능이나 했습니까?”라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에게 필자는 묻고 싶다, 과연 경제 성장, 즉 돈이 우리의 최종 목표인지? 또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가족 간 쩐의 전쟁을 펼치고 있는 어느 대기업을 보고도 우리 교육이 할 도리를 다 했다고 보는지?

70년 전 우리는 제대로 준비도 안된 상태에서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 상자를 열었다. 그 때 우리가 연 판도라 상자 안에는 사상, 이념, 이데올로기, 반목, 시기, 편견, 불평, 불만, 배신, 질투, 시기, 전쟁 등이 들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아니면 지금 우리나라가 이토록 혼란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가족이든 누구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짓밟고야마는 지금 우리나라 사람들, 특히 정치와 교육을 하는 사람들은 분명 프로메테우스(앞을 보는 자)의 동생 에피메테우스(후에 생각하는 자)의 후예들일 것이다. 아니고서야 누가 지금 이 혼돈스러운 나라의 모습을 보고 이 나라가 광복 된지 70년이 된 나라라고 생각할까.

70년 전 우리가 연 판도라 상자 안에는 희망이 남아있을까. 이 물음에 대해 자신 있게 “예!”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비록 실제로는 없더라도 우리의 판도라 상자 안에도 꼭 희망이 남아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데 다행이도 그 희망이 조금 보인다. 희망은 개혁(改革)이라는 말로 이름을 바꾸어 우리 앞에 있다. 개혁이 곧 희망이기에 역대 정부는 위기 때마다 개혁을 외쳤다. 하지만 실천이 따르지 않은 개혁은 양치기가 되고 말았다. 지금의 혼돈을 잠재우기 위해 현 정부도 개혁 카드를 꺼내 들었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4대 부문 구조개혁!`

제발 이번만은 4대 개혁이 꼭 제대로 이루어져 모든 혼란이 정리되고, 모든 사람들이 차별 없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70년 광복 신화가 담긴 창조 판도라 상자가 열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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