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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늘의 기적` 숨은 주역 13人 `어제의 청년` 육성 증언

이창형기자
등록일 2015-08-10 02:01 게재일 2015-08-1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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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복 70돌     <BR>                           기능인·파독 광부·버스안내양 회고록 펴내
▲ 1976년 포스코 기성보 임명장을 받고 기념촬영한 연봉학씨.

“큰일났습니다.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1973년 6월 9일 나는 다급한 보고를 받았다.그날은 영일만 허허벌판을 상전벽해로 만든 포항제철에 처음 쇳물을 뽑는 날이었다. 쇳물이 나오기 전 시험작동을 하는 순간이었다. 통로가 막혀 쇳물이 나오지 않은 것이었다. “어떻게 하면 좋아?” “빨리 해결하려면 발파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뜨거운 쇳물이 물이 흐르듯 하려면 구멍을 제대로 뚫어주어야 하는데 이미 막혔으니 화약에 의한 발파뿐이었다. 즉시 발파를 하니 쇳물의 통로는 뚫렸지만 주변시설이 망가졌다. “레미콘을 빨리 동원해” 현장에는 레미콘이 없었다. 나는 직접 레미콘 차량을 운전해 작업장으로 끌고 갔다.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원래상태대로 쇳물이 나오는 통로가 조정되자 뜨거운 열에 의해 콘크리트는 바로 양생됐다. 박태준 회장이 보는 앞에서 성공적으로 쇳물을 뽑아내며 모두가 눈물겨운 만세삼창을 하게 된 것이다.포스코 1대 技聖 연봉학씨

“기술은 거짓말 하지 않는다”

포철건설 격동의 세월 술회

젊은이들에 도전의 메시지

지난달 타계, 안타까움 더해

포항제철 1대 기성(技聖, 기능인에게 주는 최고의 영예) 연봉학 씨는 광복 70주년을 앞두고 최근 발간된 `젊은 날의 대한민국`(출판사 시대정신)에서 1960~70년대를 산 `어제의 청년` 13인 중의 한 사람으로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제목으로 포항제철 건설의 담담한 역사를 썼다.

그는 △아찔했던 하루(포항제철 첫 출선) △역사의 격랑을 딛고(6.25전쟁과 월남의 과정) △맞으면서 배운 기술(인천제철 초년병시절) △운명적인 포철과의 만남 △무에서 유를 창조하다(포항제철소 건설 초기) △천방지축 일본연수기 △기술에 모든 걸 걸고 △무서운 박태준 회장 △국내 최초의 기성이 되어 △나의 삶을 되돌아보며 등 10개 분야에서 격동의 삶을 살아온 과정을 담담히 소개했다.

그는 `무서운 박태준 회장`편에서는 “박 회장이 돌아가신 뒤 나는 2012년 1월 영결식에서 추도사를 낭독하는 영광을 얻었다. 반평생 회장님과 분초를 다투며 일해 온 저희는 그 황량한 영일만 허허벌판에서 회장님과 먹고 자고 울고 웃던 지난 일들이 엊그제 같습니다…”라고 목메인 인연을 전했다.

그는 또`나의 삶을 되돌아보며`란 마무리에서는 “요즘 젊은이들은 쉬운 길로만 가려는 경향이 있다고 한탄들 한다.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않는다. 누구에게나 전문가가 될 수 있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있다. 한 분야를 뚝심있게 파고들 수 있는 집념과 열정만 있다면 자기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 기회가 왔을 때 놓치지말고 끈질기게 노력하여 자기분야에서 성공하는 사람, 이 시대 젊은이들도 언제든지 될 수 있다. 나도 했기 때문이다. 왜? 기술은 거짓말을 하지않는 까닭이다”라고 `오늘의 청년`들에게 당부했다.

청년집필단이 한권의 책으로 엮은`젊은 날의 대한민국`은 연봉학 기성을 포함해 60~70년대를 산 어제의 청년 13인을 통해 바라본 광복 70년 대한민국의 성장역사는 보통사람들이 만들어 낸 눈부신 기적이었음을 강조한다.

고단한 환경에도 그들은 대한민국의 뼈대를 만들고, 대한민국을 세계에 알렸으며, 대한민국이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묵묵히 노력했다. 도전정신과 성실함으로 성공적인 대한민국을 일궈낸 이들의 이야기는 `삼포세대` `하우스푸어` `달관세대`라고 표현되는 오늘날의 청년들에게 용기, 희망, 그리고 도전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청년이여는미래(대표 신보라)와 시사교양지 바이트(대표 이철훈)는 9일 오후 서울 가톨릭청년회관 `다리` 5층 니꼴라오홀에서 어제의 청년과 오늘의 청년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어제의 청년들과 공감토크`북콘서트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박경부(75, 전 경부고속도로 대전공구 감독관), 안영옥(83, 전 KIST 창립멤버), 양동양(76)·이금자(72, 전 파독 광부·간호사)부부, 이홍우(59, 1977년 네덜란드 국제기능올림픽 기계제도 금메달리스트), 김경순(58, 전 경기도권 버스 안내양), 한화순(60, 국립소록도병원 간호사)씨 등 어제의 청년들이 패널로 참석해 오늘의 청년들과 소통했다. 안타깝게도 연봉학 기성은 지난달 29일 향년 81세의 일기로 타계해 격동의 역사를 뒤로 한채 영원한 `어제의 청년`이 됐다.

/이창형기자 chlee@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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