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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 마음가짐

등록일 2015-08-07 02:01 게재일 2015-08-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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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여름휴가철이다. 사람들은 해수욕장으로, 휴양림으로, 해외 휴양지로 떠난다. 그러나 나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곳을 헤매기보다 가족들과 오붓하게 집근처 풍광 좋은 곳에서 삼겹살 바비큐파티를 즐기거나, 채 못 읽은 고전을 읽는 여유가 더 절실했다. 지난 한주, 그런 재충전의 시간으로 지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삶을 경주하듯 살아간다. 요즘은 유치원에 들어가기전부터 시작된다고 하지만 대체로 초등학교부터 레이스가 시작된다. 그때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한다. 그리고 명문중학교에 진학한다. 거기에 갈때까지 하고싶은 일은 꾹 참고 견뎌야 한다. 명문중학교에 가서 며칠은 행복하다. 그러나 다시 경주가 시작된다. 이제 특목고를 향해 달린다. 간난신고(艱難辛苦)끝에 특목고에 들어가면 얼마동안 행복하다. 그러나 본격적인 경쟁은 그때부터다. 대학 입시경쟁은 참으로 치열하다. 무수히 많은 불면의 밤을 피할 수 없다. 서울대에 가려고 온갖 몸부림을 쳐야 한다. 천우신조(天佑神助)로 서울대에 가면 얼마동안은 기쁘고, 자랑스럽다. 행복하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다. 졸업후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 다시 뛰어야 한다. 남다른 스펙을 쌓아야 한다. 영어는 기본이고 제2 외국어공부에, 각종 자격증, 봉사활동으로 대학생활을 빼곡이 채워나간다. 대기업에 들어가서는 부장이 되기 위해, 임원이 되기 위해, 아파트 평수를 늘리기 위해 뛴다. 뛰고, 또 뛴다. 잠깐 숨돌릴 찰나의 시간을 제외하고, 자신을 되돌아보거나 삶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할 여유라곤 없다. 그러다보면 어느새 나이 60, 70이 된다. 이런 삶을 살아서야 되겠는가. 바쁘고 고단한 삶을 살아가더라도 어느 때엔가 자신을 되돌아보고, 다독이는 여유는 꼭 필요하다.

수년 전 여름휴가때는 전북 고창에 있는 선운사를 찾았다. 그때 절 한 귀퉁이에서 커다란 돌에 새겨진 `보왕삼매론(寶王三昧論)`이란 글귀를 보고 세상사는 마음가짐을 다시 한번 추스리게 되었던 기억이 새롭다. 보왕삼매론은 중국 명나라때 묘협이란 스님이 불자들에게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어떻게 마음을 써야 할지에 대해 쓴 글이다. 내용은 이렇다. “몸에 병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세상살이에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지 마라. 공부하는 데 마음에 장애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수행하는 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마라. 일을 꾀하되 쉽게 되기를 바라지 마라. 친구를 사귀되 내가 이롭기를 바라지 마라. 남이 내 뜻대로 순종해주기를 바라지 마라. 공덕을 베풀려면 과보를 바라지 마라.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 마라.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 마라.”

우리는 몸에 병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 몸은 유기체인데, 바이러스가 들어오고 나가고, 나이먹으면서 노화가 오는 데 어떻게 병이 없을 수 있나. 그런데도 우리 대다수는 병이 없는 상태를 기본값으로 잡는다. 그래서 오히려 병고로써 양약을 삼으라고 권한다. 또 세상살이란 게 간단치 않으니 어떤 일이든 쉬운 게 없으니 곤란함이 없기를 바라는 것 역시 욕심이라고 지적한다. 세상살이에 곤란이 없으면 업신여기는 마음이 생기니 오히려 `근심과 곤란으로써 세상을 살라`고 한다. 이익을 분에 넘치게 바라지마라는 구절은 경주 최부잣집 여섯가지 가훈 중 `재산을 만석이상 모으지 말라`는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필요이상으로 축적된 재물은 사회에 환원하고 많이 가진 자의 도덕적인 의무를 다하라는 뜻일게다. 마지막으로 억울함을 당해서 밝히려고 하지마라는 것은 억울함을 밝히면 원망하는 마음만 생기게 되니 오히려`억울함을 당하는 것으로 수행하는 문을 삼으라`고 권한다. 세상살이에 억울함 있어 사실을 밝혀봤자 마음속에 원망만 남으니 이를 넘어서라는 주문이다.

메르스사태로 인한 경기침체에다 열대야로 뜨겁고 힘겨운 일상을 사는 많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되는 말 한마디라도 건네주고 싶은 심경에서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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