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형 만
이렇게 잠 못 이룬다
먼 길 온 것 같지도 않고
먼 길 남은 것 같지도 않은데
이 한밤 적막 속에 들리는
뒷산 계곡 달빛 흐르는 소리
무한 자연 한가운데 던져진 시인 자신을 발견하고는 한없는 세월의 두께와 적막함을 느끼고 있다. 맞다, 한 삶이 그리 무거운 것이리라. 그 삶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지고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한과 함께 살아가야 할 먼 길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불면에 드는 것이리라. 한 생을 허비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노시인의 깊은 생에 대한 통찰을 느낄 수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