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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의 대세

등록일 2015-08-05 02:01 게재일 2015-08-0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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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br /><br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

요즘 방송을 보면 한 사람을 자주다 못해 일상적으로 보게 된다. 예능, 광고 등 방송에서 이 사람이 빠지면 이야기가 안될 정도다. 이런 사람을 흔히 대세남이라고 하는데, 그 주인공은 집 밥의 백종원씨이다.

수더분한 외모와 친근감 있는 말투 등으로 집 밥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는 백 선생. 그의 요리 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보여준 공유(共有) 정신이 그를 대세남으로 만들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가 보여주는 간단하고 쉬우면서도 맛있는 요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시대를 살고 있는 이 시대 사람들에게 오아시스가 되기에 충분하다.

집 밥 바람을 타고 요리사, 셰프들이 방송계의 대세가 되고 있다. 방송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아마 이연복, 최현석, 쌤킴 등의 이름은 한번 즈음은 들어봤을 것이다. 연예인 버금가는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들은 방송계를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백 선생과 함께 방송계의 대세가 된 이들의 공통점은 숱한 시련과 어려움을 이겨내고, 끊임없는 자기 계발을 통해 누구나 좋아할만한 자신만의 레시피(recipe)를 만들어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들에겐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그건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얻어 낸 자신만의 노하우를 오직 자신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다. 요리사라는 직업이 자신보다 항상 상대방을 위해 희생 봉사하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솔직히 자신이 계발한 레시피를 공유하기란 쉽지 않다. 비법, 비결이라는 레시피의 뜻만 봐도 잘 알 수 있다.

전국에 알려진 맛 집을 소개하는 방송을 보면 많은 것을 공개하는 것 같지만 정작 중요한 것, 즉 그 집만의 비법은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방송 끝에는 늘 며느리 법칙이 등장한다. 일상적인 것들에 식상한 사람들은 “며느리에게도 절대 알려주지 않는다”라는 신비주의에 이끌려 거리와 가격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 집을 찾는다.

영화를 보면 비법이라는 것을 전수 받기 위해 살벌한 경쟁을 벌이거나, 또는 비법을 혼자 독차지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자주 보게 된다. 그만큼 비법이라는 것은 같은 재료로 차별화된 맛을 내야하는 요리에서는 더 없이 중요한 것이다. 비법 하나로 요리계에서 일가(一家)를 이룬 대가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비법의 중요함을 재차 확인 할 수 있다.

셰프들이 대세가 된 이유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경제이론이 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 최소 자원을 사용해 최소 비용으로 생산하고, 최소 비용으로 재분배하는 공유경제의 도래를 역설한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인류 경제활동이 점차 `소유(Ownership)`에서 `접속(Accessibility)`으로 중심이 바뀔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의 예견이 현실화 된 모습을 우리는 방송계의 대세가 된 셰프들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자신의 것을 내 놓는 것에 대해, 더군다나 그것을 공유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공유경제 이론은 너무도 먼 이야기다.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줄곧 1등만을 강요받아 왔다. 먼저 밟지 않으면 밟힌다는 살벌한 경쟁 논리를 지금까지 세뇌당하고 있다. 그러기에 자신의 비법을 하나라도 더 보여주려는 셰프들의 모습은 분명 문화 충격이다.

얼마 전까지 방송계의 대세는 삼둥이, 쌍둥이었다. 농촌 체험 프로그램들이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들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은 소유가 아닌 리프킨이 말한 접속, 즉 참 소통이다. 삼둥이들은 말한다, 소유에 대한 집착은 더 이상 대세가 될 수 없다고.

그럼 교육의 대세는 무엇일까. 답은 역시 소통, 즉 접속에 있다. 소통이 부재한, 접속이 끊긴 대형 공교육의 시대는 분명 막을 내리고 있다. 그리고 교육 주체 간 긴밀한 접속과 공유, 소통이 이루어지는 소규모 특성화 교육 시대가 도래 하고 있다. 거기에 산자연중학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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