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 조각가 박선기 뷰티풀展<BR>10월31일까지 경주 우양미술관<BR>허공에 수만개 숯 매달아 완성<BR>화업 20년 정리… 17점 선보여
건축적인 형태의 설치 조각 예술을 통해 국내·외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는 설치 조각가 박선기(49)는 전통적인 조각에서 탈피해 천장에 숯이나 나일론 등을 매다는 방법으로 건축과 조각의 만남을 이야기하는 작가다. 중앙대 조소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밀라노 국립미술원에 유학, 부조 공부를 한 박 작가는 인간의 시지각적 개념에 대해 끊임없이 탐구하면서 다양한 매체와 방법으로 조각 그 자체에 새로운 질문을 하고, 그 해답을 찾아가며 작업한다.
공간을 규정짓는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구축요소인 기둥, 계단의 형상에서 시작헤 집, 고가도로, 탑 등 대규모 공간조각을 선보인다. 한 땀 한 땀 공간을 꿰어 매 듯 매다는 방법으로 일상적 사물인 카메라, 축음기, 액자 등을 조각의 소재로 채택해 미시적 시점의 이야기로 끌어간다. 모든 작품에는 어떠한 한 특정 시점을 관객이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과정이 수반된다. 몸을 앞뒤와 높낮이를 움직이는 다양한 태도를 경험하게 하는 능동성과 짐작하던 형상이 시야에서 확인되는 순간 감지되는 시각적 유희의 쾌감의 겹을 느끼게 한다.
지난 2004년 귀국해 보는 시점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간단한 큐브 형태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계속 아이디어를 확장해 온 작가는 회화 조각으로 불리는 `시점 놀이(Point of View)`로 김종영미술관의 `오늘의 작가`(2005년)로 선정된 데 이어 지난 2007년에는 김종영조각상을 수상했다.
서울의 호텔신라와 웨스틴조선호텔, 삼성물산 등 국내외 유명회사에 작품이 설치돼 있을 뿐아니라 뉴욕·밀라노·스페인·프랑스·중국·홍콩 등 세계 각지에 그의 컬렉터가 포진하고 있다.
해체와 시점(視點)에 집중하면서 독특한 작업으로 국내외에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 박 작가는 화업 20년을 정리하는 개인전`박선기 : 뷰티풀(View-tiful)`전을 오는 10월31일까지 경주 우양미술관 2층 전시실에서 열고 있다.
전시작품은 사물의 해체를 통해 시각을 재구축하는 작업 `Point of View`와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숯 설치작품 등 총 17점이다.
숯을 매달아 묵직함과 가벼움, 중력시점의 왜곡 등을 표현한 숯 설치작품은 자연채광이 가능한 전시공간과 어우러져 숯, 공간, 빛을 재료 삼아 수묵화적인 여백의 미를 공간에 빚어내는 압도적인 숭고미를 제공한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신작 `조합체 An aggregation 150725-pagoda`는 허공에 매단 수만 개 숯으로 경주 불국사 석가탑을 지은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분명 존재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숯 덩어리에 불과한 허상으로 보이는 이 작품 역시 눈의 착각을 활용하는 작가의 작품세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문의 054-745-7075.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