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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기 옥죄는 포스코 수사

등록일 2015-07-24 02:01 게재일 2015-07-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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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br /><br />논설위원
▲ 김진호 논설위원

경북제일의 도시인 포항이 경기침체의 늪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얼마전까지 온 나라를 공포 분위기에 몰아넣었던 중동감기(메르스) 여파도 있지만 지난 3월부터 시작돼 5개월째 계속되는 포스코에 대한 검찰 수사가 주요 요인이다. 그간 포스코 임원과 협력업체 대표 등 13명이 구속된 것으로 집계됐다. 비자금 수사를 맡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포스코 본사에 앞서 포스코건설 토목사업본부 결재 라인을 따라 수사를 진행해 전·현직 토목사업본부장 4명 가운데 3명을 구속했다. 포스코그룹의 주요 협력업체도 수사대상에 올랐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박재천 코스틸 회장,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이 구속 기소됐고, 포스코건설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의 대주주인 배성로 영남일보 회장 역시 소환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아직도 갈길이 멀다는 분위기다. 서울중앙지검이나 대검에서는 아예 “올해 내내 하게 될 것 같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한다. 정말 걱정스러운 일이다.

이처럼 포스코그룹 수사가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포스코는 고강도 쇄신안을 생존전략으로 내놓으며 돌파구를 찾고있다. 주요 골자는 2017년까지 국내 사업 절반과 해외 사업 30% 정리, 경영부실 관련 임원 43명 퇴직 혹은 징계조치다. 또한 향후 2년간 국내 계열사 47개를 22개로, 해외 181개 사업을 117개로 줄일 방침이며, 순혈주의를 깨고, 포스코 임원이 계열사 CEO로 가는 관행도 없애기로 했다. 특히 `100% 투명성`경영, 윤리적 비리는 `단 한번에 퇴출 원칙`을 세웠다.

이 가운데 `100%투명성` 경영원칙에 따라 포스코 용역을 공개경쟁입찰로 돌릴 경우 기존 협력업체는 인건비 부담때문에 새로 진입하려는 타지 업체와 경쟁이 되지 않아 대부분 퇴출의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알려져 포항지역 포스코 협력업체들 역시 큰 위기를 맞게됐다. 실제로 며칠전 포스코는 그동안 포스코 협력업체와 수의계약을 해온 조경·청소·페인트 등의 용역 발주를 공개경쟁입찰방식으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 수사의 불똥이 철강경기 침체로 허리띠를 졸라매 온 지역업체쪽으로 튄 셈이다.

포스코 협력업체 대표를 맡고 있는 한 인사는 “벌써 4개월이 넘도록 여기 찔러보고 안되면 저기 찔러보는 식으로 수사하면 지역경제는 어떻게 되겠느냐”며 “포스코그룹 수사가 어떤 식이든 하루빨리 마무리되도록 지역경제인과 언론이 함께 나서야한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포항철강관리공단에 입주해 있는 또 다른 포스코 하청업체 대표는 “요즘 검찰 수사를 보면 포스코 정준양 전 회장 또는 정동화 전 부회장 정도를 구속할만한 건수가 나올때까지 하겠다는 태세”라며 “이렇게 무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지역경제 사정이나 지역민 정서를 알법한 청와대가 나몰라라 하는 것도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포스코가 포항지역은 물론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대하다. 실제로 검찰수사가 장기화되면 될 수록 국민기업 포스코의 대외 신인도는 더 떨어지고, 투자결정이 늦춰지면서 지역경기 침체도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이로 인한 지역경기 침체, 그리고 국익 손실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 경제살리기 차원에서라도 포스코 수사를 하루빨리 끝내고 투자촉진에 힘을 실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 `심부재언 시이불견 청이불문 식이부지기미(心不在焉 視而不見 聽而不聞 食而不知其味)`란 말이 있다. `마음에 있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고, 먹어도 그 맛을 모른다`는 뜻으로, 유교경전 중 대학에 나오는 말이다. 특히 국정의 타워컨트롤 센터가 돼야할 청와대는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요즘 청와대의 마음에 지역 경제나 지역민의 정서가 들어있기나 할까 싶어 해보는 푸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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