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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의 추억

등록일 2015-07-17 02:01 게재일 2015-07-1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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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 김진호 편집국장

연애 시절 사람들은 “나 사랑해?”“나 이뻐?”하는 말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묻곤 한다. 사랑은 그렇게 확인하고도 또 확인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혼한 지 20년, 30년이 넘어 말 그대로 `식구`가 된 부부들은 새삼스레 “사랑해?” 하고 묻지 않는다. 깊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듯이 묘사한 황지우의 시는 남다른 감흥을 안겨준다.

“내가 말했잖아/정말, 정말, 사랑하는, 사랑하는 사람들,/사랑하는 사람들은,/너, 나 사랑해?/묻질 않어/그냥, 그래, 그냥 살어/그냥 서로를 사는 게야/말하지 않고, 확인하려 하지 않고,/그냥 그대 눈에 낀 눈곱을 훔치거나/그대 옷깃의 솔밥이 묻어주고 싶게 유난히 커 보이는 게야”(시 `늙어가는 아내에게` 중에서)

시인은 살아가는 이야기 속에 진심을 표현하는 법은 한가지가 아니라고 웅변하고 있다. 단순한 말이 아니라 무심히 짓는 미소, 고개 끄덕임, 눈곱을 훔치는 손짓으로도 사랑은 전해진다는 것이다.

정치판에서 진심을 소통하는 법은 중요하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건으로 경직됐던 당·청관계회복을 위해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 당 지도부가 한자리에 모였다. 그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당정청이 앞으로 하나가 돼서 경제재도약을 이룰 수 있도록 이끌어주시기를 바란다”면서 “지난번에 공무원연금도 꼭 필요한 개혁과제 중 하나였지만 노동개혁이라든가 이런 것을 잘 실천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배신의 정치`로 비판했던 것을 의식한 듯 박 대통령은 “국민 중심의 정치를 꼭 이루어서 국민 중심의 정치는 이렇게 하는 것이다는 모범을 보여주시기를 다시 한 번 부탁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저희 새누리당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이 곧 우리의 성공이라는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서 우리가 당에서 책임지는 그런 자세로 같이하도록 하겠다”고 적극 화답해 본격적인 당청 화해모드에 돌입했다.

내년 총선을 앞둔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와 각을 세우지 않으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더구나 지난 2008년 18대 총선에서 친박으로 분류돼 공천에서 탈락하는 바람에 무소속으로 당선돼 복당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마침내 당권을 쥔 김무성 대표에게 박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보면 이뤄지지 않은 첫 사랑이랄 수 있다.

모든 첫 사랑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했던가. 첫 사랑은 다시는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없다는 절망감과 상실감이 배경으로 깔린다. 그래서 더욱 애절한 게 첫 사랑이다. 한 걸음 나아가 새로운 희망과 함께 첫 사랑을 노래한 장석주의 시는 내 삶에 어떤 것을 소망해야 할지를 잘 보여준다.

“어떤 일이 있어도 첫 사랑을 잃지 않으리라/지금보다 더 많은 별자리의 이름을 외우리라/성경책을 끝까지 읽어보리라/가보지 않은 길을 골라 그 길의 끝까지 가보리라/시골의 작은 성당으로 이어지는 길과/폐가와 잡초가 한데 엉켜있는 아무도 가지않은 길을 걸어가리라/깨끗한 여름 아침 햇빛 속에 벌거벗고 서 있어 보리라/지금보다 더 자주 미소짓고/사랑하는 이에겐 더 자주 `정말 행복해`라고 말하리라/사랑하는 이의 머리를 감겨주고/두팔을 벌려 그녀를 더 자주 안으리라/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 자주 부엌에서 음식을 만들어 보리라/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상처받은 일과 나쁜 소문,/꿈이 깨어지는 것 따위는 두려워하지 않으리라/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벼랑 끝에 서서 파도가 가장 높이 솟아 오를 때/바다에 온몸을 던지리라”(시 `다시 첫사랑의 시절로 돌아갈 수 있다면`전문)

첫 사랑의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바다에 온몸을 던지는 열정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시인의 얘기가 새삼 가슴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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