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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이 가진 비밀

등록일 2015-07-09 02:01 게재일 2015-07-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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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솔 뫼
주저리 뒤틀린 기억을 껴안은 돌각담에 아스란히 새어드는 주먹만한 정적의 흐름을 읽고 있습니다. 뒤안길 외발로 걸어나온 때늦은 오후 힐끗힐끗 하늘 우르며 대숲으로 밀어내버렸습니다. 감당할 수 없는 파문이 잠복하고 있습니다. 대숲에 머문 두터운 어둠, 속이 탈 난 굴뚝새의 자멱질, 댓잎을 떨게 합니다. 막다른 골목에서 뒤를 돌아보는 바람이 따스히 그들의 적소로 등을 돌리는,

이 아스라한 적요

늘 소란스러운 소리들을 생산해내면서도 깊은 적요에 빠져있는 대숲은 엄청난 서사를 품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시인은 정적의 흐름을 좇아 시선과 귀를 기울이고 있다. 아니 깊은 마음의 귀를 세우고 비밀에 쌓인 그 서사에 다가서고 있다. 굴뚝새의 자멱질에도 때로는 더센 바람의 흔듦 속에서도 가만히 그 소리들을 잠재우며 두터운 대숲의 어둠으로 승화시키는 대숲을 본다. 푸른 대숲에 귀를 세우는 시인의 섬세한 집중에 함께해보고 싶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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