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면 우
저녁 숲처럼 술렁이는 노천시장 간다
거기 나무 되어 서성대는 이들 많다
팔 길게 가지 뻗어 좌판 할머니 귤탑 쓰러뜨리고
젊은 아저씨 얼음 풀린 동태도 꿰어 올리고
노천시장에선 구겨진 천원권도 한몫이다 그리고
사람이 내민 손 다른 사람이 잡아주는 곳
깎아라, 말아라, 에이 덤이다
생을 서로 팽팽히 당겨주는 일은, 저녁 숲
바람에 언뜻 포개지는 나무 그림자 닮았다
새들이 입에서 튀어나와 지저귀고 포르르릉 날다가
장바구니에, 검정 비닐종지에 깃들면
가지 끝에 매달고 총총 돌아오는 길
사람의 그림자, 나무처럼 길다
이 땅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노천시장 풍경을 정겨운 언어들로 그려내고 있다. 노천시장에는 삶의 진국이 배어있는 사람들이 소품들을 사고팔면서 아름다운 동행을 하고 있다. 함께 어울려 물건을 흥정하고 덤으로 더 얹어주기도 하고 서로 생을 팽팽하게 당겨주면서 나무처럼 긴 사람의 그림자들을 만드는 푸르른 나무들이 된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