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담임선생님께 용서 빌겠습니다” 눈물의 반성

권광순기자
등록일 2015-06-29 02:01 게재일 2015-06-29 4면
스크랩버튼
안동 女교사폭행 중학생<br>학교전담 경찰관 면담서<bR>손가락걸며 새출발 다짐

▲ 지난 26일 오전 안동경찰서 여성청소년 전담팀에서 이용휘(왼쪽) 경사가 피의자 조사를 마친 K군과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 지난 26일 오전 안동경찰서 여성청소년 전담팀에서 이용휘(왼쪽) 경사가 피의자 조사를 마친 K군과 심리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6일 오전 10시 안동경찰서 2층 여성청소년 전담수사팀. 출입문을 살며시 열더니 고개를 숙인 채 신체 건장한 청년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름 아닌 안동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 여교사를 교무실까지 쫓아가 폭행<본지 25일자 4면 보도>한 K군(15)이었다.

키 186cm에 워낙 거구인지라 중학 3학년이라는 말이 믿기지 않은 정도였다. 신문, 방송 등 전국 40여개 언론 매체에서 집중 보도된 탓인지 K군의 얼굴은 굳은 표정에다 불안감이 역력했다.

이날 수사팀이 K군을 조사한 결과 사건 초기 담임 교사가 먼저 때렸다던 경찰서 진술은당황해 둘러댄 거짓말이었다.

교실에서 담배를 적발한 담임교사가 이 학교에 전학하기 전 인근 타 도시 학교에서 절도 등 잘못을 포함해 훈계를 하자 거세게 항의했다는 것.

친구들 앞에서 자신의 주홍글씨를 들춰낸 선생님이 얼마나 미웠는지 운동장 허공에 대고 고성을 질렀고, 그래도 분이 참지 못해 교무실을 찾아가 주먹을 휘두른 것도 그 이유라는 것이다.

그러나 해당 교사가 선처를 요청한 상태지만 경찰은 보호관찰 중인 K군을 상해 등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조사를 마친 K군을 이번엔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맞이했다. 조금 전 경직된 분위기와 달리 테이블엔 사탕과 과자가 마련됐고, 안정적 심리 유도를 위한 주된 대화가 이어졌다.

경찰관들이 부드러운 분위기로 대화를 이끌어가자 K군은 수시로 눈물을 훔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모든 행동이 잘못됐고, 특히 담임 선생님에게는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으며, 반성문도 쓰고 용서를 빌겠다고 손혜정 경사와 새끼손가락도 걸었다. 이용휘 경사와는`카톡` 친구도 맺었고, SNS로 소통하기로 했다.

조사내내 함께 한 K군의 어머니(46)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앞서 사건을 숨기려 한 교육 당국이 해야 할 조치를 경찰이 대신한 것이다.

현행 교육기본법에 따라 의무교육인 중학교를 마쳐야 하기에 K군에게 학교는 임의대로 전학이나 퇴학처분을 내릴 수 없다. 단 교권침해에는 해당돼 교사로 구성된 선도심사위원회에서 출석 정지(10일) 3회만 가능하다.

안동경찰서 학교전담팀 이용휘 경사는 “학교, 교육당국, 경찰할 것 없이 문제점이 예상되는 관심학생들을 위한 상담과 심리치료 등 전 사회적 노력이 더욱 필요한 때” 라고 말했다.

안동/권광순기자

gskwon@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