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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사의 편지

등록일 2015-06-26 02:01 게재일 2015-06-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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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편집국장
▲ 김진호 편집국장
메르스가 맹위를 떨치던 이달초 메르스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온 한림대동탄성심병원 외과 중환자실에 근무하는 김현아 간호사가 한 언론사에 편지를 보냈다. “제 옆에 있던 환자도, 돌보는 저 자신도 몰랐습니다. 좋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매일 가래를 뽑고 양치를 시키던 환자는 황망히 세상을 떠났고, 나중에야 그 환자와 저를 갈라놓은 게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이름의 병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 그녀를 격리실 창 너머로 바라보며 저는 한없이 사죄해야 했습니다. 의료인이면서도 미리 알지 못해 죄송합니다. 더 따스하게 돌보지 못해 죄송합니다. 낫게 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그녀는 환자를 좀더 따스하게 돌보지못했음을 죄송해했다. 그러면서 그녀는 자문한다.“스스로에게 묻습니다. 그래도 이 직업을 사랑하느냐고. 순간, 그동안 나를 바라보던 간절한 눈빛들이 지나갑니다. …. 최선을 다해 메르스가 내 환자에게 다가오지 못하도록 맨머리를 들이밀고 싸우겠습니다. 더 악착같이, 더 처절하게 저승사자를 물고 늘어지겠습니다.”평범한 보통사람으로서의 두려움과 고뇌도 함께 호소했다. “저희들도 사람입니다. 다른 격리자들처럼 조용히 집에 있고 싶다는 생각도 듭니다. 병이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희들의 손길을 기다리는 환자들이 있기에 병원을 지키고 있습니다. 고생을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에 갇힌 채 어쩔 수 없이 간호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달라는 게 저희들의 바람입니다. 차가운 시선과 꺼리는 몸짓 대신 힘 주고 서 있는 두 발이 두려움에 뒷걸음치는 일이 없도록 용기를 불어넣어 주세요.”

김 간호사의 편지에는 제대로 돌봐주지 못해 숨진 환자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간호사란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 인간적인 애환과 고통속에 다 함께 극복해나가자는 결의가 진정성있게 담겨있어 많은 국민들에게 가슴뭉클한 감동을 주었다. 이 편지가 세상에 알려지면서 공포의 대상이었던 메르스와 정면으로 맞서 싸우는 책임감 가득한 사람들이 이 사회 곳곳에 있고, 그들에 대해 우리 사회가 희생만 강요하고 무관심했다는 자성이 널리 퍼졌다. 아울러 이처럼 자신의 직업에 대해 자부심과 사명감으로 임하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도 되돌아보는 기회가 됐다. 두려움을 떨치며 오늘도 메르스와 맞서 싸우고 있는 의료진과 간호사는 말 그대로 자랑스러운 메르스전사요, 영웅이다.

아무리 현실이 고단해도 정신이 번쩍 드는, 한줄기 맑고 시원한 샘물같은 감동은 우리 삶을 새롭게 충전시켜준다. 몇 해 전 TV광고로 소개돼 사람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피로회복제 광고도 그랬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드라마같은 내용의 광고였다. 그 광고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청소부 아저씨의 버거운 손수레를 몰래 밀어주고, 졸고 있는 빌딩 경비아저씨에게 음료수를 건넨다. 월급봉투는 얇아도 노점상 할머니의 야채를 전부 사고는 신나는 표정으로 집으로 향하고, 엘리베이터안에 있는 열명이 임신부 한 명을 위해 한참을 기다리는 모습이다. 상품선전을 위해 제작된 TV광고인데도 보고있으면 미소가 지어지고, 따뜻한 마음이 드는 풍경들이었다.

어린 시절로 되돌아 가보자. 우리들 대부분은 남을 돕거나 남을 이롭게 하는 사람이 되는 꿈을 꾸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돕고 싶어 의사를 꿈꾸었고, 억울한 사람들의 가슴을 달래려 변호사가 되고 싶었다. 그랬던 것이 험난한 인생을 사는 동안 산전수전 겪으면서 이겨야 하고, 밀어내야 하고, 외면해야 하는 순간이 반복되면서 애초의 자신과 너무 멀어져 버린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잊지 말자. 우리가 꿈꾸었던 가치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진정한 행복도, 가치있는 성공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자. 사람을 소중히 여기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정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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