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종 섭
벗어둔 옷가지나 양말짝
마구 흩어져 있는 엽서들
나는 가끔 이렇게 흩어져 있다
물건들만이 아니고
궁리하는 생각의 부스러기조차 흩어져
방의 허공을 떠돈다
흩어져 있는 것들의 편안함
책은 나의 베개가 되고
옷가지는 침구가 되고
엽서는 환상의 궁전이 되고
방안 가득 넘쳐나는
자유스런 생각의 파편들
그 조각들을 짜 맞추며
무료한 시간을 떼우는 식곤증
나는 때때로 흩어져 있는 것들을 즐긴다
메모지, 사진첩, 손수건
버려진 고향집 지붕 위의 기왓장
흩어진 이웃들의 얼굴, 얼굴들
저 떠도는 입자들의 반짝이는 갈증
일상 속에 흩어져 있는 소품들과 시인의 정리되지 않은 내면의 궁리들은 가만히 혹은 평안하게 존재한다. 어떤 허무나 절망의 그늘도 없이 반짝이며 갈증을 품고 있다. 흩어져 있어 지저분하고 가지런한 미에서 멀어져 있어도 여전히 그 개체의 존재가치는 빛나는 것이다. 그윽한 향기를 품고 우주의 한 쪽을 단단히 차지하고 있는 고향집 지붕의 기왓장 하나도 얼마나 소중한 의미로 존재하는가를 시인의 깊은 시안은 놓치지 않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