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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한 마리

등록일 2015-06-25 02:01 게재일 2015-06-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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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성 찬
지렁이 말라붙은 시멘트길도 산길이라

느즈막 유월의 오후가 개운하다

특별관 건물 지나 기숙사 가는 산책로

1미터 남짓 폭의 시멘트길 걸어

엉키고 들뜬 마음자락들 풀어 던지니

잎새마다 초록의 길 마음이 앞서 걷는데

무심하듯 내디딘 발걸음 앞에

저도 마음 쉬는 듯

멧새 한 마리 앉았는데

초록의 그 마음 행여 다칠세라

걷던 길 가지 못하고

걸음마다 숨 죽이고 돌아를 섰네

엉킨 마음들 온전히 산길에 두고

고향집 따나 오듯

돌아서 왔네

시인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는 학교의 뒤란의 숲길은 비록 콘크리트길이긴 해도 싱그러운 생명의 터로 가는 푸르른 길이다. 시인은 초록이 풍성한 그 길을 걸어 엉키고 들뜬 마음을 힐링하러 가다가 멧새 한 마리 앉아있음을 본다. 풍성한 초록도 초록이거니와 한 마리 고운 새가 어울려 자아내는 생명의 평화경은 시인으로 하여금 가만히 발길을 돌리게 만들고 만다. 푸른 생명의 경지에 대한 외경, 그 깊은 시심을 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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