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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잎새

등록일 2015-06-24 02:01 게재일 2015-06-2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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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 광 규
누구에게나 여름은 짧구나

시간의 단두대 앞에서

고개 떨구지 않는 자 없다

서리가 한 번 치니

푸른 잎들 다 내린다

내일 바람 불면

남아 있을 잎 없겠다

동지들 다 가고 없는데

오는 겨울 어떻게 맞을 것인가

다시 길을 묻는 수밖에

질문을 사냥개처럼 물고 늘어져

엄혹한 현실의 매질 앞

사소한 것에 화내거나 목숨 걸지 않고

내 안의 나약함과 부도덕을 먼저 때려죽이며

부드럽게 견디는 수밖에

시대를 뜨겁게 살아온 시인의 현실인식이 강하게 나타나있다. 90년대적 정신사의 황량함 속에서 고뇌하는 시인의 모습을 본다. 동지들은 다 흩어져버리고 다시 시린 겨울이 다가오고 엄혹한 현실의 매질은 이어지는데 어떻게 살아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나타나있다. 고민과 고뇌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서운 현실을 견디겠다는 강한 의지가 시 전편에 묻어나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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