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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5-06-19 02:01 게재일 2015-06-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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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신 선
건답에 까만 털투성이의 어둠이 와서 어슬렁거린다

내다버린 폐기된 사랑들이

잿가리처럼 그 바닥에 시대의 뚝에 쌓여 있다

차거운 공간으로

내비치는 환한 속살을 여미며

달밤들은 멀리 비켜서 있느니

꿇어 엎드린 산맥 뒤에서 허공은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이 밤에

우리가 뼈로써 곳곳에 뒤벼놓은

침묵을

공기들이 어석거리며 밟히는 소리를

밤이 더욱 까만 털투성이의 몸을 뒤설레인다

불길한 징조가 느껴지는 어둠이 깔린 조용한 상황을 연출하면서 시인은 음산한 시대의 밤을 그려내고 있다. 숙명처럼 답습되고 있는 가난과 배고픔, 시대의 아픔을 피폐한 민중들의 궁핍함을 시인의 폐허의식과 환멸의 의식에 담아 담담히 풀어내고 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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