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메르스와 전쟁` 요양병원이 달라졌다

김혜영기자
등록일 2015-06-19 02:01 게재일 2015-06-19 4면
스크랩버튼
보호자, 면회자제 요청에 가급적 전화로 연락<BR>환자·간병인 손소독 등 위생관리 적극적 동참
▲ 포항시 북구 죽도동 오거리 인근의 한 요양병원 입구. `면회금지` 안내문이 출입문에 붙어 있다.

18일 오후 포항시 북구 죽도동의 A요양병원 앞. 건물 안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출입문에 붙여진 `면회금지`안내문이 가로막았다. 그나마 출입이 허용된 사람들은 병원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입구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마스크를 착용한 다음 손 소독제를 발랐다. 방문자들은 직원의 안내 없이도 발열체크용 기계를 귀에 갖다 대 자신의 체온을 확인했다.

메르스와의 전쟁이 요양병원의 풍경을 바꾸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메르스 확산 경로를 분석한 결과 병원이 바이러스 전파의 진원지라는 오명(汚名)을 얻고 있는 가운데 면역력 취약 환자들이 몰려 있는 요양병원이 앞장서 달라진 병원 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주로 만성질환이 잦은 고령 환자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포항시 내에도 30여 곳이 운영 중이다. 지난달 국내에 들어온 중동호흡기증후군으로 인해 감염 환자가 빠른 속도로 느는데다 사망자까지 발생하면서 면역력이 취약한 고령자들이 차지하고 있는 요양병원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에 포항시 내 요양병원들도 대책을 마련했다. 병원 출입문을 한 곳으로 제한하고 손 소독 및 열 체크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지키는데 만전을 기했다. 면회를 제한하는 대신 보호자 요구 시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한 물품 등은 직원들이 대신 받아 전달했다.

이순자 흥해경희요양병원장은 “메르스 관련 요양병원 위생관리 수칙이 별도로 정해져 있지 않는데도 지역 내 요양병원들이 2~3주 전부터 자발적으로 힘을 모아 환자 입원을 자제하고 보호자 면회를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환자의 보호자와 간병인들이 스스로 면회 자제 및 개인 위생 관리에 적극 동참하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북구의 B요양병원에 어머니가 입원 중인 아들 하모(59)씨는 “매일 아침 병원으로부터 면회를 자제해달라는 내용이 담긴 문자를 받고 있다”며 “어머니가 기다리실 것 같아 속상하지만 가급적 통화를 하는 등 당분간은 병원 출입을 자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요양병원 관계자들은 메르스 확산으로 인해 병문안, 간병인 제도 등 한국식 병원 문화가 지적을 받았지만 오히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병원 내 새로운 바람이 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메르스 사태 이전부터 병원 내 위생수칙과 관련해 보호자 및 간병인들에게 그 중요성을 알려왔지만 참여율이 낮았다는 것. 하지만 메르스를 계기로 병원과 환자, 보호자들이 감염 예방을 위해 스스로의 위생관리에 주의를 기울이면서 달라진 병원 문화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목소리다.

경북도의사회 김우석 상임이사는 “이번 사태로 병원시스템의 허점이 드러났지만 이를 계기로 병원과 환자, 보호자 등이 협조해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혜영기자 hykim@kbmaeil.com

사회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