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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식 병원문화, 메르스 확산 키워

김혜영기자
등록일 2015-06-17 02:01 게재일 2015-06-17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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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자 10명 중 4명<BR>환자의 보호자·문병객<BR>간병제도도 특유 문화<BR>다인병실 선호 영향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나라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고 강력한 위세를 떨치고 있다. 16일 대구 메르스 환자 발생 소식이 알려지면서 감염 확진자는 150명을 넘어섰고 전국의 `메르스 청정지역`도 얼마 남지 않았다. 전염성이 높지 않다고 알려진 바와는 달리 빠른 속도로 우리나라 전체를 집어 삼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사태를 계기로 우리나라의 병원 문화가 메르스 확산에 `공(功)`을 세웠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병원 시스템과 시민의식을 점검하고 되돌아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 환자의 보호자 또는 문병객 바이러스 전파 역할

16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대구 남구청 주민센터 소속 공무원 A씨(52)는 지난달 27, 28일 이틀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모친을 병문안했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일 메르스 양성 반응을 보인 40대 임신부 역시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던 어머니에게 병문안을 갔다가 감염됐다.

이처럼 메르스 감염 환자 10명 중 4명은 환자의 보호자 또는 문병객이다.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입원한 가족이나 지인을 만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한 후 감염된 사람들이 전체 메르스 확진자의 절반가량을 차지한다. 환자의 보호자로서 간병을 하거나 병문안을 하기 위해 병원에 갔다가 메르스에 걸린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고려대 의대 안형식, 김현정 교수팀이 조사한 병원 내 감염 실태 조사에 따르면 보호자, 간병인 등 문병객이 자유롭게 드나드는 병실은 그렇지 않은 병실보다 병원 내 감염 비율이 2.87배 높았다. 환자의 보호자나 간병인, 문병객들이 각종 세균이나 바이러스 그대로 사회로 확신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병문안 문화가 감염성 질병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파악되면서 `한국식 병문안`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 다인실 사용, 문병객·간병인 출입 가능한 병원 시스템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입원환자들이 4~6인실 등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병실을 사용한다.

또한 대부분의 병원은 문병객 출입을 24시간 내내 제한하지 않고 있어 병문안이 자유로운 편이다. 가족 또는 지인이 병원에 입원할 경우 병문안을 가서 얼굴을 비치는 것이 하나의 미덕으로 여기는 관행 또한 자리 잡고 있다. 더불어 병실 방문자들의 기록도 따로 작성하거나 남기지 않는다. 임신부는 물론 갓난 아기를 데리고 문병을 가거나 심지어 애완동물까지 데리고 가는 경우도 있다. 이에 이번 메르스 확산에 따라 특정 시간대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신고로 의심 환자를 찾기도 했다.

환자를 돌보다가 메르스에 걸린 간병인도 있다. 간병인들은 환자를 위한 각종 수발을 들지만 감염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병실에 상주하면서 환자를 돌보는 간병인 제도는 현재 우리나라와 대만에만 있는 특유의 문화다. 최근엔 고령의 간병인이 늘면서 감염 위험은 더욱 커지고 있다.

□ 해외 병원, 기본 1인실·보호자 및 간병인 출입 제한

한국식 병원 문화가 감염 위험을 높이는 원인으로 알려지면서 해외 병원의 시스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의 병원에서는 기본적으로 1인실을 운영하며 보호자 또는 간병인이 병실에 들어올 수 없는 구조로 돼 있다. 병원 내 감염을 아예 차단하기 위해서다.

미국의 경우 1인실이 기본병실로 2인실이나 다인실은 집중치료시설이나 정신병동처럼 관찰이 필요한 경우에만 이용한다. 독일은 아예 법적으로 병원에서 1인실만 운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은 3~4인실, 호주와 캐나다도 4인실이 기본병실로 운영되고 있지만 병실에 보호자나 간병인이 들어올 수 없도록 돼 있다. 방문객은 별도로 마련된 면회실에서 환자와 대면할 수 있다. 간병인이 없는 대신 간호사가 간병까지 도맡아 환자를 돌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1인실이 다인실에 비해 가격이 비싸 보다 낮은 가격으로 병실을 이용하려다 보니 다인실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게다가 4인실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어 환자들의 다인실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세계보건기구(WHO)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케이지 후쿠다 사무차장은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에 감염된 원인 중의 하나는 한국 사회의 특정 관습과 관행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가족이나 지인들이 문병하거나 간병인을 두고 있는 특유의 한국식 병원 문화로 인해 2차 감염이 더 확산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김혜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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