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미 성
열정과 소망이 사라진 뒤
평등의 잔인함에 길들여지고
적막한 수평선 위에 누워
조갯살에 온 몸을 베이며
시퍼런 파도가 되는 바다를 꿈꾼다
바다는 신화를 간직하고 있다. 생성과 소멸이 끝없이 이뤄지는 곳이다. 열정과 소망이 차올랐다가도 어느 순간 허무하게 밀려나고 소멸되어버리는 곳이다. 바다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느끼는가. 바다는 무한한 가능성과 열망으로 성취에 대한 도전으로 나아가게도 하지만, 삶에 대한 허무와 체념에 깊이 빠지게도 하는 것이다. 시인은 패배에 젖어 밀려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시퍼런 파도가 되어 희망과 열정으로 일어서는 것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