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현대판 실크로드 구상인 일대일로(一帶一路, One Belt One Road)에서`하나의 벨트`란 실크로드 경제벨트(육로)를 의미하고,`하나의 길`이란 21세기 해양 실크로드(해로)를 의미한다. 중국은 육상 실크로드와 해상 실크로드를 차항출해(借港出海)의 방식으로 연결하고자 한다. 그 전초기지인 훈춘은`출해를 통한 진흥(振興)의 꿈`을 꾸고 있다.
포항시 대표단이 지난달 14일 오후부터 17일 아침까지 묶었던 훈춘 훙지호텔 로비 대형 벽면에는 `훈춘 다국항로 취항도`가 새겨져 있다. 훈춘은 중국 동북3성의 창(窓)이자 유라시아 대륙을 연결하는 출발점이다. 지린성 `창지투 개발`의 거점이자 동북아 해상 실크로드의 중요한 연결도시이기도 하다. 또 훈춘은 북·중·러 3국을 잇는 육로가 연결돼 있을 뿐만 아니라, 남·북·중·러·일 5개국을 잇는 해로도 개통돼 있다.`동해출구전략`을 펴는 중국에게 훈춘이 중요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포항시대표단은 늘 훙지호텔 로비의 `훈춘 다국항로 취항도` 앞에서 모이고 흩어졌다. 16일 오전 9시에는 훈춘·마하리노 철로(세관)으로 향했다. 이 철로는 훈춘을 기점으로 종점인 러시아 하산의 크라스키노 현 마하리노 역까지 26.7km로 연결돼 있다. 이 철로를 이용하면 극동러시아 항구인 포세이트항과 자루비노항으로 물자를 이동할 수 있다. 특히 자루비노항을 이용하면 동해를 통해 한국과 일본으로도 진출할 수 있다.
동해로 직접 진출할 수 없는 중국(지린성) 입장에서는 이 철로와 자루비노항을 연결해야 물류수요를 창출할 수가 있다. 또 훈춘·포스코·현대 국제물류단지와의 연계도 더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훈춘의 물류시스템 확충 전략은 이러한 차원에서 전개될 것이고, `동북아시아의 물류허브`로서의 성공도 일정부분 여기에 달려있다.
필자가 처음 받은 러·중 방문 일정표에는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와 권하세관 방문일정만 잡혀 있었다. 그래서 경북매일 5월 4일자 칼럼에서 “러시아~중국 간 세관과 중국~북한 간 세관을 둘러보고 통관 절차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훈춘-마하리노 철로를 통해 극동러시아에서 들어온 석탄이 옮겨지는 현장을 목도하기도 하고, 향후 지린성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한일(韓日)기업들이 훈춘·포스코·현대국제물류단지에 입고시킨 생산품을 이 철로와 자루비노항을 이용해 동해로 운송할 것이라는 말도 들으니, 훈춘·마하리노 철로(세관) 방문일정을 추가한 건 잘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훈춘~자루비노~환동해경제권이 연결되는 통로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이 철로 현장 방문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현재 훈춘에는 훈춘~나진의 통관이 진행되는 권하세관에 1억5천100만 위안을 투자해 기존 원정교와 30m 평행한 거리에 신두만강대교를 건설하고 있다. 올해 완공예정인 이 대교는 훈춘 권하세관~나진항 2급도로(52km)와 직접 연결될 것이다. 훈춘시 항무국직원들은 오전에 나진항으로 갔다가 일을 처리하고 늦은 오후 돌아온다고 한다. 14일 밤 물류 관련 일로 만난 훈춘시 항무국 과장 중 1명이 당일 직접 그렇게 했노라고 말해서 놀라는 기색을 보였더니, 량-경천 항무국장이 `뭘 그리 놀라십네까?`해서 모두가 웃었다.
훈춘은 또 나진항과의 연계를 통해 일대일로의 정점인 `훈춘 다국항로 취항`을 확장하면서 물류시스템을 확충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에 부응이라도 하듯, 강원도는 지린성(훈춘)과 대외물류통로를 추진하고 있다. 연변~자루비노, 나진항~속초항로를 위해 뛰고 있다. 부산시도 중국 동북3성의 물류를 나진항~부산항로로 유치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향후 포항시가 어떻게 대외물류통로와 관련된 일을 풀어나가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대목이다.
따라서 오는 7월 9일 이병석 국회의원, 경상북도, 포항시가 주최하는`영일만항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에 좌장으로 참여 예정인 필자는 `훈춘과 관련된 대외물류통로 문제`도 집중적으로 다뤄볼 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