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질서를 지키는 중심법인 공정거래법은 `사업자가 거래상대방에 대하여 자기의 상품 또는 용역을 공급하면서 정상적인 거래관행에 비추어 부당하게 다른 상품 또는 용역을 자기 또는 자기가 지정하는 사업자로부터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거래강제(끼워팔기)로 규정해 강력하게 규제한다. 물론 끼워파는 상품(주상품)과 끼워팔리는 상품(부상품)이 독립적 효용을 가지고 있고, 개별적으로 구입이 가능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결합상품, 1+1(원 플러스 원)이라는 이름을 활용하여 시장판에서 변칙적인 끼워팔기가 자행되는 경우는 있지만, 안 팔리는 물건을 잘 팔리는 물건의 구매옵션에 함부로 넣는 것은 일단 금지행위다. 이따금씩 주상품 시장에서 지배력(시장점유율)을 가진 자가 저지르는 끼워팔기 편법이 아주 사라졌다고 말할 수는 없다. 독점상품을 가지고 벌이는 수퍼갑질이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집안싸움 소리가 담을 넘어가면 집구석이 망한다`는 옛말이 있다. 작금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벌이고 있는 당-청 갈등양상을 보노라면 위태위태하다. 아무래도 오래 전부터 말썽을 부려온 당-청 간 채널 고장상태는 예상보다 심각한 게 분명하다. 제아무리 개선을 요구해도 안 되는 것을 보면, 어쩌면 약으로도 안 되고 수술로도 못 고칠 만큼 고질화되어 있는 지도 모른다.
정치쟁점을 놓고 협상테이블에 마주 앉는 정치인들은 `합의`에 대한 강박관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협상이 끝나고 났을 때 `칭찬` 들을 가능성이 희박한 역할에 대한 부담감이 워낙 크다보니 상대측 진영이 아닌, 자기 진영에 더 신경이 쓰이는 게 당연지사일 것이다. 그래서 야당은 협상에서 끼워팔기에 천착한다. 국회선진화법 족쇄에 단단히 옭힌 여당도 언제부터인가 `끼워팔기`식 쟁점타결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여야는 지난 주 `행정입법이 상위 법률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국회가 판단하면 정부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고, 정부는 그 사항을 처리하고 결과를 국회에 보고해야 한다`고 규정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합의 통과시켰다. 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위헌`논란이 일고 있는 이 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법이 시행될 경우, “정부의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박 대통령의 시각이다.
사태에 대한 정치권의 반응을 보면 우리 국회가 그 동안 얼마나 몰상식한 메커니즘 속에서 `끼워팔기`정치의 폐해를 방치해왔는지 여실히 증명된다. `위헌`논란이 일고 난 뒤에야 법이 처리되는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법리를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는 얘기가 잇달았다. 논쟁은 다시 `강제성`여부를 놓고 여야가 다투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 청와대도 강제성이 있지 않다면 탈출구를 열 수 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다.
법률 하나를 놓고 벌이는 우왕좌왕 좌충우돌을 바라보는 민초들은 과연 어떤 생각을 할까. 저 윤똑똑이들, 국민 여럿 죽어나자빠질 지도 모를 위험한 법률안을 오밤중에 `끼워팔기`식으로 처리해놓고 뒤늦게 `강제성` 여부 샅바싸움이나 하면 어떡하나 잠 못 이루지는 않을까. 공무원 연금개혁안 처리를 둘러싸고 국민연금, 기초연금, 세월호특별법, 복지부장관 해임 카드를 거쳐 국회법 개정안까지 +α로 들고 나와 집권당을 가지고 논 야당의 끈덕진 발목잡기가 놀랍다.
그러나 정작 더 큰 본질적 문제는 당-청 간 불협화음이다. 아니, 빵점짜리로 증명되고 있는 당-청간의 정무기능이다. 번번이 버스 지나간 뒤에 손사래치고 얼굴 붉히는 청와대도 문제고, 고장 난 채널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판판이 손발 못 맞추고 삑사리를 내는 새누리당도 문제다. 이 사람들 정말 한 패가 맞는지 조차 헷갈릴 지경이다. `집안싸움 소리가 담을 넘어가면 집구석이 망한다`는 옛말, 결코 빈말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