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명 인
지치거나 병들거나 늙는 법이 없어서
소리로 파이는 시간의 헛된 주름만 수시로
저의 생멸(生滅)을 거듭할 뿐
접혔다 펼쳐지는 한순간이라면 이미
한 생애의 내력일 것이니
추억과 고집 중 어느 것으로
저 영원을 다 켜댈 수 있겠느냐
채석에 스몄다 빠져나가는 썰물이
오늘도 석양에 반짝거린다
고요해지거라 고요해지거라
쓰려고 작정하면 어느새 바닥 드러내는
삶과 같아서 뻘밭 뒤
무수한 겹주름들
밀물과 썰물로 밀려왔다가 썰려나가는 바다야말로 아코디언 같은 것이다. 접혔다가 펴지고 하는 반복으로 끝없이 소리는 내는 바다와 아코디언은 닮았다. 바다는 영원의 존재다. 끊임없이 삶과 죽음의 변주곡을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한 번 쓸려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유한한 삶의 바다에 허무하게 발 담그고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허무의식이 이 시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