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상 학
한 번도 가보지 않았지만 내 이미 사랑을 품은
그런 한 곳쯤은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꽃이라고 해서 다 피기만 하는 것은 아니잖아
그래, 세상 살면서 한 사람쯤은 그리워해야지
내 아직 한 번이라도 만나 꽃물 들이지 않았지만
그 한 사람쯤은 그리워하면서 사는 것도 괜찮지
선운사라는 제목의 시지만 실상 시인이 그리워하는 대상은 선운사가 아니다. 동백꽃이 짙붉게 뚝뚝 떨어지던 이른 봄날의 선운사가 아니다. 그리움의 대상은 어쩌면 구체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시인이 염원하고 갈망하는 사람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세상이거나. 떠나가버린 사랑인지 모른다. 우리도 그 간절한 그리움을 품고 살아가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