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정 향
사내의 가슴에 밀물이 들고 있었다
수억의 알들을 산란하며 달빛이 금빛으로 출렁이고 있었다
그의 가슴에 크고 둥근 알
조금씩 껍질을 깨며 부화를 시작하고 있었다
관절이 툭툭 침묵을 깨고
혈흔 선명한 지느러미가 일어서고
심장을 찌르던 가시 희고 든든한 등뼈로 자라 있었다
눈부신 물기둥을 내뿜으며
태양과의 정사를 뜨겁게 꿈꾸는 고래
바다로 가고 있었다
이 시에서의 고래는 바다의 고래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수많은 시련과 힘겨움 속에서도 참고 이기기 위한 인고의 시간을 축적한 사내가 비로소 생의 험난한 바다로 뛰어든다는 역동적이고 생명력이 넘치는 속 이야기 있는 작품이다. 심장을 찌르던 고통과 고난의 시간들을 새 힘으로 승화시켜 큰 희망를 품고 당당히 거친 삶의 바다로 나아가는 사내를 본다. 희망 크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