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임종기(臨終期) 환자의 연명치료 중단 (上)

등록일 2015-05-21 02:01 게재일 2015-05-21 18면
스크랩버튼
▲ 이원락 수필가·경주청하요양병원장

1997년 12월. 서울 보라매 병원은 치료 종결 방법과 시점 선택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의사가 살인 방조죄의 처벌을 받았다. 넘어져서 응급으로 의식을 잃은 환자를 보호자를 찾지 못해 수술을 먼저 했다. 그 후 보호자를 찾았고, 며칠 지나자 보호자는 죽음 직전의 상태로 사경을 헤매는 환자를 퇴원시키겠다고 했다.

퇴원하면 죽게 된다고 설득했으나 계속 죽어도 퇴원을 하고 싶다고 하여서 `이후에 어떤 일이 일어나도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서약을 한 후 인공호흡기를 달고서 퇴원하였다. 집에 도착하여 의사가 호흡기를 떼니까 조금 있다가 환자는 죽었다. 그런 의사는 자기가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법원 측의 생각은 의사들 생각과는 달랐다. 죽는 것을 알면서도 퇴원시킨 것과 가족이 인공호흡기를 사용할 할 수 없기 때문에 의사가 호흡기를 제거한 것은 유죄가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살인죄가 아니고, 살인 방조죄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죽음을 집에서 맞이하려고 퇴원하는 것은 잘못하다가는 죄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환자가 원하지 않아도 의사는 연명치료를 원한다. 연명치료를 않는 것은 환자를 죽게 내버려 두는 행위로 의사의 윤리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환자와 가족도 연명치료를 거부해서 하지 못했는데, 그 후 다른 친척이 찾아와서 “왜 행하지 않았느냐?”고 따지고 든다면 입장이 난처하다.

근래에는 자신이 종말기를 맞았을 때 치료와 요양을 어떻게 할 것인지, 연명치료 실시 여부에 대해 사전에 당사자와 의료진이 상의하여 결정된 방법을 기록하여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이를 문서화한 양식을`사전 의료 의향서`라고 한다.

무의미하게 생명만 연장시키는 연명치료를 하지 않고, 누구나 팔팔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꼴까닥하면서 죽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쉽지 않다. 연명치료가 일단 시작된다면 가족 등이 중단을 강력히 원해도 살인을 하는 것 같아서, 의사는 인공 기구를 제거하기를 매우 꺼려한다.

그래서 환자가 평소에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는 자기의 의사를 결정하여 `사전 의료 의향서`를 서약하지 않으면 가족들의 동의가 없는 한 의사는 연명 치료의 인공호흡기를 제거하지 않으려 한다. 의사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도 하루아침에 살인자가 될 수 있겠구나….” 그래서 이때에는 자기가 죄 없이 살아가려고 방어 진료를 해야 한다.

한 할머니가 응급실로 급히 앰뷸런스에 실려서 들어왔다. 기관지로 인공호흡을 하고, 코로 음식을 받아들이는 상태로 입원시켰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집으로 데리고 가고 싶었으나, 병원 측은 만류했다. 할아버지는 야간에 기관지에 있는 기구를 가위로 끊어버려서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할아버지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형을 받았다. “하늘나라에 가서 산소 호흡기 없이 편하게 숨 쉴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고 할아버지는 말했다.

간암과 간 경변의 말기로 진단을 받은 할머니가 병원에 입원했다. 간병하던 딸은 “어머니는 연명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했고, 정황으로 보니 그 말에 타당성이 있을 정도였다.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 약 하루 만에 사망했다. 뒤 늦게 나타난 아들은 간병했던 누나를 `친족 살인죄`로, 담당 의사를 살인죄로 고발했다. 아들은 “호흡기를 사용하면 살아갈 수 있었는데…”라고 주장했다.

알고 보니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 아들과 딸 사이에는 유산의 배분 문제가 있었단다. 아들은 어머니에게 더 많은 재산을 설득할 모양이었다. 왜냐하면 조용히 지나가면 배분은 1:1이 된단다.

마음산책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