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 동 규
게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도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로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린 줄 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것이 사랑의 본성이 아닐까. 그런 집요한 사랑에서 벗어나 마음 없이 살고 싶다고 고백하는 시인은 초연한 마음 상태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초연한 사랑을 갈망하면서 어찌 시의 제목은 `쨍한 사랑 노래`라고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시다. 곰곰이 곱씹고 곱씹어 봄직하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