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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등록일 2015-05-15 02:01 게재일 2015-05-1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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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만 수
무늬가 다 풀어져 버릴 것 같은 때

버려진 풍경을 보고 싶다

묵은 아스피린을 먹고

반쯤 북창을 연다

몸속으로 지나가는 바람이

아스피린을 굴리며 간다

베인 흔적 위로

어린 개미들과 바퀴벌레들

건너온다

간격이 다 메워진

밀도 속으로

나를 찍어 나르는 게 보인다

창을 닫는다

버려진 풍경 속으로 새들이 날고

기울어진 땅을 지나는

바람의 상처가 선명하다

이 시에서의 두통은 육체적 두통만은 아니다. 두통처럼 고통스럽고 어지러운 시대적 징후를 의미하기도 한다. 버려진 풍경 속으로 새들이 날고 기울어진 땅으로 지나는 바람의 상처라는 이 시의 마지막에서 그런 것을 느낄 수 있다. 힘들고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수없이 두통이 찾아오는 것 아닐까.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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