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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청와대 `액션 플랜` 있나

등록일 2015-05-12 02:01 게재일 2015-05-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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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재휘 서울본부장
▲ 안재휘 서울본부장
성완종 사태 이후 분출된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개혁`열망은 폭발을 잠시 미룬 휴화산이다. 다만 잠복해 있을 뿐 현재진행형이라고 보는 것이 맞다. 4.29재·보선이 집권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다음 새누리당은 매사 신중한 모습인 반면, 야당 새정치연합은 선거패배 책임소재를 놓고 내분양상으로 치달으면서 `봉숭아학당`이라는 조롱이 빗발친다. 여론조사에서 나타나듯이 정치권 부패를 의심하는 국민들의 매운 눈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성완종 리스트 충격파를 거슬러 `정치개혁` 의지를 강력 표명함으로써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성완종 사태와 같은 비극의 단초를 전직 대통령들의 수상한 특별사면에서 찾는 듯한 언급도 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최근 발생한 사건들에 대해 성역 없는 수사를 통해서 국민의혹을 해소하고 우리 사회와 정치권이 윤리적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계기로 만들어나갈 각오”라는 수준까지 나아가고 있다.

애초 성완종 사태로 인해 정치권이 발칵 뒤집혔을 때, 몇몇 전문가들의 입에서는 `위기는 곧 기회`라는 말이 나왔다. 뭔가 좀 할 만하면 발목 잡는 일이 불거지곤 해온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쩌면 좋은 반전의 기회가 올 수 있으리라는 노회한 분석이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정치권 개혁`이라는 강한 작심을 뒷받침하는 구체적인 후속 움직임은 없다. 오히려 대통령의 어법이 `유체이탈화법`이라거나, 내용이 `시사평론` 수준이라는 이죽거림마저 나오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줄 만한 `액션플랜(실행계획)`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을 가능성마저 왕왕 점쳐진다. 국면전환을 위한 시간벌기 정도의 마인드를 갖고 그저 `검찰`의 입만 쳐다보는 것은 아니냐는 어림도 없지 않다. 박 대통령에 거는 국민들의 여전한 기대를 헤아린다면, 청와대가 결코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들의 열망은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 적힌 사람들을 어찌하느냐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 않다.

민초들의 정치권에 대한 인식은 시중에 떠도는 개그프로그램의 콩트 제목처럼 `도찐 개찐` 딱 그 양상이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들의 구시대적 행태는 차이가 없다는 판단인 것이다. 정치개혁이란 곧 정치문화의 개혁이다. 오랫동안 관행으로 굳어져 온 온갖 불합리와 비이성적인 정치풍토를 쇄신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많은 구악(舊惡) 고질병들을 고쳐내는 감격을 말한다.

작금의 불법정치자금 의혹 사태를 보며 전문가들은 백가쟁명을 쏟아내고 있다. 10만 원 이상 기부자의 명부를 공개하자, 대선자금 문제는 후보가 모두 책임지도록 하자, 불법선거자금 연루자는 사면을 금지하자…여러 이야기들이 나온다. 모두 필요한 담론이긴 하다. 하지만, 정말로 몇몇 제도 정비만으로 우리가 원하는 정치개혁을 달성할 수 있을까? 또 다른 차원의 혁신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정치권에서는 각종 선거를 비롯한 정치행위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자기합리화 마인드가 존재한다. 선관위에 신고하는 금액이 실제 비용일 것이라고 믿는 순진한 국민도 없다. 그런 차원에서, 정치자금 문제로 곤욕을 치르는 상대방을 야멸치게 물어뜯는 뭇 정치인들의 행태는 참으로 위선적이다. 정치인들에게 팽배한`돈을 많이 쓰는 후보가 유리하다`는 굳건한 믿음은 또 어쩔 것인가.

결국은 참다운 의미에 있어서의 `정치개혁`은 불법자금을 만진 정치인 몇 사람 잡아넣고 망신 주는 일로 다 해결될 과제가 아니다. 진솔한 `고해(告解)`가 전제되지 않는 정치개혁은 겉으로 드러난 상처에 소독약이나 바르는 이벤트에 불과하다. 더욱이 `내편`은 적당히 봐주고, `상대편`만 잡도리하는 `개혁`이 무슨 효험을 남길 것인가. 박 대통령의 흉중에 육참골단(肉斬骨斷 자신의 살을 베어 내주고, 상대의 뼈를 끊다)의 결기가 있지 않다면 지금 온 국민들이 염원하는 진정한 `정치개혁`은 또다시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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