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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방을 설득하는 법

등록일 2015-05-08 02:01 게재일 2015-05-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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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진호 편집국장

여야가 논쟁끝에 협상이 결렬되면서 4월 임시국회 처리를 약속했던 공무원연금법, 소득세법개정안 등의 처리가 무산돼 `무능한`국회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19대 국회는 정쟁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일 못하는 국회`,`당리당략에 포로가 된 국회`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이후 최근까지 무려 1만4천건이 넘는 법안이 접수됐지만 이 가운데 3분의 2가 처리되지 못한 상태로 먼지만 쌓여가고 있다니 걱정이다.

여야가 의견이 달라 아웅다웅하는 일이 하루이틀의 일이 아니지만 요즘 국회는 생산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역대 최악`이란 평가다. 여야가 서로 가슴을 털어놓고 대화하고, 의견을 조율해가는 성숙한 모습을 보게 될 날은 언제일까.

답답한 마음에 인간관계에 관한 한 시대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중의 하나인 `카네기 인간관계론`을 들춰보다가 여야 정치권의 갈등을 쉽게 풀어낼 수 있는 비방(秘方)들이 즐비한 것을 발견했다. 그 중에서도 `3부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편에 제시된 해법들을 몇 가지만 소개한다.

먼저 논쟁에서 이기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피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단언한다. 방울뱀이나 지진을 피하는 것 처럼 논쟁을 피하라는 것. 논쟁에 지면 말 그대로 지는 것이고, 이긴다고 해도 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논쟁에서 진 상대방에게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자존심을 구겨버렸기 때문에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달리 말해 싸워 이기려해서는 결코 이길 수 없다는 뜻이다.

둘째 상대방의 견해를 존중하라고 말한다. 결코 “당신이 틀렸다”고 말해선 안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한다면 그들이 과연 당신에게 동의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오히려 당신에게 강력하게 반격을 가하고 싶어한다. 어떤 논리를 동원해 설명해도 상대방의 의견은 변하지 않는다. 이미 그들의 감정을 상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가장 부드러운 분위기속에서도 상대방의 마음을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버드대학교 심리학과교수인 제임스 하비 로빈슨은 명저 `정신의 발달과정`에서 이렇게 설파한다. “우리는 아무런 저항감이나 별다른 감정없이 생각을 바꾸는 경우가 자주 있다. 그러나 만일 누군가 우리 생각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기라도 하면 분개하며 고집을 부린다. 우리는 믿음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놀라울만큼 경솔하지만, 누군가가 우리의 믿음을 빼앗아 가려고 할 때에는 그 믿음에 쓸데없이 집착하게 된다. 우리에게 소중한 것은 그 생각 자체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도전받는 우리의 자존심인 것이다.”누군가에게 틀렸다고 하는 순간 당신은 그의 적이 될 뿐이다.

셋째 우호적인 태도로 말을 시작하라고 권한다. 노벨평화상을 받은 미국 28대 대통령인 우드로 윌슨은 “만일 당신이 두 주먹을 불끈 쥐고 나에게 대든다면 나도 금방 두 주먹을 움켜쥘 것이다. 그러나 당신이 나에게 다가와 `우리 앉아서 같이 이야기해 봅시다. 만일 우리가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있다면 무엇 때문에 서로 다른지, 또 서로 다른 점이 무엇인지 알아봅시다`하고 말한다면 서로의 의견 차이가 결국 그다지 큰 것이 아니며, 서로 다른 점은 적고 오히려 같은 많다는 것을 금방 알게 되고, 서로 잘 지내기 위한 인내심과 솔직함과 의욕만 있다면 우리는 함께 잘 해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대화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시작해야 한다. 결코 싸우려 해서는 안된다.

결론적으로 말해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상대를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웅변한다. 우리 정치권이 논쟁의 정치를 끝내고 생산적인 상생의 정치를 하고 싶다면 여야가 서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상대의 입장을 헤아릴 줄 아는 자세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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