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건설이 영덕군민문제가 된지 벌써 몇해가 됐다. 그러나 그 실마리는 가닥을 잡지 못한채 되레 헝클어진 실타래가 되고 있다. 영덕 원전 건은 지난 2010년 12월 예정지역 주민들의 동의와 영덕군의회의 만장일치 찬성으로 원전유치 신청서를 정부에 제출하면서 막이 올랐다. 그 당시 7명의 군의원도 전원 찬성 의견을 냈다. 군은 이를 바탕으로 중앙정부에 원전을 짓겠다고 신청서를 제출, 전문가들의 검토를 거쳐 타 지자체와의 경쟁을 뚫고 선정됐다. 당시에는 일부 반대가 있긴했지만 다수의 군민들도 반기는 분위기였다. 원전유치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큰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가 있었던 것.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영덕에 영향을 미쳤다. 안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던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정부의 원전정책도 흐지부지 했다. 군민들도 정부의 늑장이 지속되면서 하나 둘 실망감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러는 사이, 인근 삼척시에서 원전 건설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한 결과, 반대 의사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영덕의 열기는 급속도로 식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작년 11월 정홍원 전 국무총리가 영덕을 부랴부랴 방문, 군민들을 만났다. 정 전 총리는 이자리에서 “원전 유치를 계기로 확실한 지역발전을 이뤄낼 수 있도록 가능한 범정부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약속도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영덕군민들의 반응은 처음 시작된 2010년의 분위기를 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덕군의회 원전특위가 실시한 영덕원전건설에 대한 주민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8.8%가 반대했다. 그리고 군민들은 원전에 대해 60%가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조사로 영덕군과 신규원전 사업주체인 한수원 및 정부는 그 결과의 의미를 정확하게 재해석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한수원은 `안전 최우선의 원칙 운영`과 `원전 안전성에 대한 정확하고 객관적인 소통`을 구호가 아닌 실천과 성과로 지역주민들에게 검증 받아야 할 것이다.
정부 역시 달라진 여론 환경을 직시하고 지역을 위한 중장기적인 발전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정부가 지역발전을 위한 지원을 보장할 경우`에는 원전 반대의사가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군민들이 아직도 기대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영덕군민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지역발전을 갈구하고 있다. 정부가 진솔하게 군민들과 소통·대화하는 자리를 만들고 마음을 나누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원전 건설과 관련된 삼척의 사례를 지켜본 바 있다. 주민간 찬반논쟁은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나 원전에 대한 입장이 정치인들의 정치적 노림수와 결합, 지역과 주민들간에 반목과 불신이 극대화되는 경험을 되풀이 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는 영덕군민들이 가장 경계하는 부분인데, 안타깝게도 이미 그런 현상이 일부 목격되고 있어 걱정이다. 논의는 활발하게 하되 군민들이 일부 정치인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려지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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