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양 명
흘러온 것들은 또 그렇게 흘러
바닷가 낙척서생이 된 친구는
봄마다 복사꽃의 안부를 물어왔지만
먹고 살길을 찾느라
그 꽃을 잊고 지낸 나는
친구의 물음에 답할 수 없었다
한 시절
꽃이 기다리는 동안 나는
그 꽃을 버린 대가로 일자릴 얻고
기다림에 지친 꽃은 나를 버리고 만
그런 한 시절을 살았던가 보다
지난 세월에 대한 회한과 연민이 묻어나는 담담한 느낌을 거느린 시다. 꽃을 버린 대가로 일자릴 얻고, 그렇게 한 세월을 살았다고 고백하는 시인의 심중에는 치열하게 시대정신의 대열에 함께하지 못했다는 회한도 있는 반면에, 봄꽃의 정취에 젖는 낭만적인 삶보다는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해 살아온 시간들에 대한 자기연민의 시정신도 함께 비치는 감동적인 작품이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