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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1

등록일 2015-04-08 02:01 게재일 2015-04-08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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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영 교
백년 묵은 여우가 살고 있다는 이 마을엔

밤이면 시퍼런 불들이 번뜩인다

낯익은 곡예

마을 사람들은 대낮같이 횃불을 밝혀 들고

지켜도 어느 틈엔가 누이는 손톱 끝마다

피가 물들어 있고

소가 간을 잃은 채 몸뚱이가 내팽개쳐진 지 보름째

아버지는 외양간 앞에서 길길이 날뛰고

그 희한한 마을에서 하나씩 사람들이

떠나버리기 시작했다

달이 구름을 가릴 때 아버지는 간을 잃은 채

문지방에 걸쳐 죽어 있었다

그 며칠 후

이번엔 구름이 달을 가리고

마지막 남은 내 목을 누이의 손이 조여 올 때

그 잠에서 깨고 말았다

참꽃문학회의 일원으로 활동 중인 시인이 꾸며내는 서사가 재밌다. 섬뜩하고 비극적인 설정들이 매우 극적이다. 이 땅의 어느 마을 어느 산자락마다 이런 괴이한 소문과 괴담들이 전해지곤 한다. 이러한 현상들은 불행과 비극이 많이 삶의 주변에서 일어나든 힘겹고 무서운 시대가 있었다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이러한 괴담들이 하나의 소문이고 꿈에 불과한 거짓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삶의 오지랖을 단단히 여미는 어떤 계기로 삼았는지도 모른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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