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선 우
공중변소에 들어서다 클클, 연지를
새악시처럼 바르고 있는 할마시 둘
조각난 거울에 얼굴을 서로 들이밀며
클클, 머리를 매만져주며
그 영감탱이 꼬리를 치잖아? 징그러바서
높은 음표로 경쾌하게
날아가는 징 그 러 바 서
거죽이 해진 분첩을 열어
코티분을 꼭꼭 찍어바른다
봄날 오후 세시 탑골공원이
꽃잎을 찍어놓은 젖유리창에 어룽어룽
젊은 나도 백여시처럼 클클 웃는다
엉덩이를 까고 앉아
문밖에서 도란거리는 소리 오래도록 듣는다
바람난 어여쁜, 엄마가 보고싶다
과감하고 실감나게 여성성을 표현해온 시인이 그려낸 탑골공원의 어느 봄날 오후의 풍경이 참 정겹고 재밌게 읽혀진다. 늙은 할마시라고 표현되는 건강하고 생기 넘치는 노인네의 행동과 심리를 활기차고 익살스럽게 보여주고 있다. 결코 상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고 사람냄새가 풍기는 정겨운 그림이 아닐 수 없다.
<시인>